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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광우병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903·904호 광우병 긴급진단 기획에 이어, 광우병 해법을 모색해보기 위해 총 4회에 걸쳐 광우병 관련 전문가들의 글을 싣는다. 두 번째 순서로 송기호 변호사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2005년 2월, 오쓰지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인간 광우병(vCJD)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희생자는 50대 남성이었다.

그런데 사망자에게는 다른 병력이 전혀 없었다. 수술, 수혈, 치과 치료, 침 치료 등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 대신 90년에 영국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당시 영국은 광우병 발생 소의 숫자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다. 결국 일본 정부는 사망자가 영국 체류 중에 인간광우병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광우병의 배후에는 되새김질하는 채식동물인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이는 공장형 축산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세계 식품법의 흐름을 바꾸는 출발이 되었다. 광우병은 일본이 2003년 5월 ‘식품안전기본법’을 공포한 직접적인 계기였다. 세계 식품법은 농장에서 밥상까지 이어지는 바른 먹거리 시스템이 없이는 행복한 밥상을 누릴 수 없다고 보는 식품안전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낡은 옷을 입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식품안전기본법안을 입법예고한 때가 2005년 2월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의 2년간 허송세월로 지나가고 있다. 그 사이에 발암물질 말라카이트 그린(malachite green) 오염 장어 사건이 있었고, 이제 광우병 발생국인 미국산 쇠고기가 식탁에 다시 오르게 되었다.

행복한 밥상을 누리려면 좋은 식품법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체하지 말고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을 통하여 농업과 식품제조업, 외식산업 등 각 부문에 식품 안전의 원칙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식품안전기본법의 핵심은 생산단계, 수입단계, 제조·가공단계, 유통·판매단계를 일관하는 위험 관리다. 일본의 경우도 내각에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위원회 산하에는 16개의 전문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이 조직은 관료들과 산업체의 이해관계에서 독립되어 과학적인 입장에서, 소비자의 안전을 위하여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단계에서의 식품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한다.

광우병에 대해서도 이러한 종합적 틀을 가지고 엄격한 예방과 통제를 해야 한다. 미국의 광우병 통제 조치를 신뢰하기 전까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식당과 학교 급식소에서 소비자들과 학생들이 쇠고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축산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현행 사료관리법을 개정하여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먹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광우병은 경고음과 같다. 바른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성찰과 제도만이 행복한 밥상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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