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농사는 상품이 아니라 식품을 만드는 것이여…

지난 3월부터 공주대학교 산업과학대학에서 최고농업경영자 과정을 등록해 강의를 듣고 있다. 공주대학교 산업과학대학은 충남 예산에 있다. 우리 지역에 대학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젊은이들 왔다 갔다 하는 것 볼 수 있어 좋고 농촌 사람도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더욱 좋다.

축산 전공과 원예 전공이 있는데 나는 원예 전공이다. 12월이면 전 과정이 끝나지만 그동안 채소와 과수 키우는 법부터 백합과 국화 키우는 법까지 참 많은 것을 배웠다. 학생들은 대부분 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고 초보 농군은 나뿐이다. 그래서 교수들한테 배우는 것도 많지만 농사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도 참 많았다.

특히 나의 주 관심사인 자연농법에 대한 강의는 큰 도움이 되었다. 평생을 자연농법 연구와 전파에 바친 초대 강사의 강의 시간이었다. 깐깐한 선생은 학생이 중간에 잠깐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오게 했다. 강의 흐름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선생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왜 농사를 짓는가?”

한 학생이 대답했다.

“돈 벌려구유….”

선생이 호통을 쳤다.

“돈 벌려면 도시로 가야지 왜 농사를 져!”

다시 물었다.

“여기는 왜 왔는가? 뭘 배우러 왔어?”

다른 학생이 대답했다.

“배워서 상품가치를 높여 보려고요.”

선생이 다시 호통을 친다.

“농민이 식품을 만들어야지 왜 상품을 만드는 거여! 상품을 만드니까 안 되는 거여! 농사는 1차 산업이지 공장이 아니란 말이여! 농사는 투기가 아니라 직업이여.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건 틀린 거여. 단지 생활을 보장받으면 그것으로 되는 게지 돈 벌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녀.”

특히 선생은 모든 것을 농사짓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식물과 땅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비료나 농약은 땅과 물과 공기와 식물의 생각을 거슬러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낸 결과물이며 식물과 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자연농법이라고 했다.

“사람의 손으로 콩 만들어내고 쌀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식물에 부탁해서 식물이 생산해내는 것을 사람이 새치기하는 것이여. 그러니 식물에 대하여 늘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

그 말을 들으니 지난 가을 일이 생각났다. 용이 할머니가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정자네 밭에… 아니 고구마에 꽃이 폈다네… 평생 농사지어도 고구마에 꽃 핀 거 본 적이 없는데 웬일이래….”

“옛날 어른들이 그러시긴 했어…고구마에도 꽃이 핀다고… 나두 가봐야겄네….”

그래서 모두들 고구마 꽃 본다고 정자네 밭으로 몰려갔다. 모든 식물은 꽃이 피기 마련인데 사람들이 저 필요한 것 거두고 싹 엎어 버리니 많은 식물들이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참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겠는가? 선생은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동식물과 사람의 관계도 신뢰가 기본이어야 해. 특히 동식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약탈과 협박이 아니라 상부상조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게야. 자라는 주체에게 맡겨 두는 것, 그것이 진정한 ‘농심’인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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