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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됐지만, 정부는 계속 수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의 ‘광우병 불감증’은 날로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903·904호 광우병 긴급진단 기획에 이어, 광우병 해법을 모색해보기 위해 총 4회에 걸쳐 광우병 관련 전문가들의 글을 싣는다. 첫 순서는 의사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다.    <편집자주>

대학입시의 계절.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몇 가지 예상 논술시험 문제.

첫째 생물 문제. 소는 다음 중 어떤 동물인가? 1 초식동물 2 육식동물 3 잡식동물. 만일 당신의 자녀나 조카가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에서는 소가 다시 초식동물이 되었지만, 미국 소는 여전히 송아지 때는 우유 대신 소의 피를 먹고, 다 자라서는 돼지와 닭의 육골분과 옥수수(물론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먹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시험문제에 이 문제가 나온다면 초등학생들이 과연 무슨 답을 써야하는 것일까?

둘째, 보건 및 환경 또는 상식문제. 음식 값은 싸지만 파는 음식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도는 음식점이 있다고 하자. 당신은 이 음식점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음식을 그냥 사먹겠는가, 아니면 ‘안전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그 음식점 출입을 안 하겠는가?

상식적인 선택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찜찜한 음식은 먹지 말라’는 것이 바로 건강이나 식품문제에 있어 지켜야 할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들 사이에서 이러한 원칙을 들먹이다간 ‘무역제재’를 받는단다.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미국 소를 수입하지 않는 대가로 유럽의 정부들은 무역제재의 대상이 되었고 벌금을 문다.

셋째, 윤리문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여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었다면 그때까지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는 수거해서 폐기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팔도록 놓아둘까? 당신이 농림부 관리라면, 수입 쇠고기 업체나 급식 업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몽땅 거둬들여 폐기했을까?

김선미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 때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의 3대 육류수입 업체가 모두 수입금지 직전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그것도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된 쇠고기를 알고도 팔았고, LG 계열사인 아워홈을 비롯한 급식 업체들도 그렇게 했다. 특정 위험물질도 팔았는데 살코기는 말할 것도 없다. 농림부는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중 살코기는 그냥 팔게 허용했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 정부의 최소한의 책임이나 기업의 최소한의 기업윤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미국의 사료정책이 유럽처럼 ‘모든 농장 동물에 대한 동물사료 금지’로 바뀌지 않는 한 미국 소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또 미국의 검역 시스템은 도축 소의 0.1%만 검사하여 광우병을 걸러낼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새로운 사료정책을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시행을 몇년째 안 하고 있고 검역은 내년부터 더 완화된다.

왜일까? 미국 소비자연맹은 미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보다 카길, 타이슨과 같은 거대 농·식품 기업들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광우병 발생 국가인 일본보다도 더 안전하지 않은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했고, 최소한의 국내 안전조치인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조차 제대로 갖추어놓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선결 조건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예상 논술문제. 한 나라의 정부는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인가? 기업의 이익이나 무역협정일까? 아니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일까? 신자유주의 시대에 상식을 요구하는 것은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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