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을 만나다 (11) 무농약 표고로 귀농 성공스토리 만든 ‘요나농산’ 김희자 대표

“귀농한 지 21년쯤 되니 남들이 성공했다고 하지만 처음 고향에 내려왔을 때는 실패자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답니다.”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많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요나농산. 이곳의 주인장 김희자(47) 대표는 무농약 표고버섯 생산, 자연 햇볕 아래서 건조시킨 슬라이스 표고버섯인 해표고, 표고버섯차 등 ‘표고버섯’ 한 가지 품목으로 지금의 5000평 농장을 일군 억척 여성 농업인이다.

“내가 키운 표고버섯은 절대 헐값에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느라 값이 떨어질라치면 도매시장에 내놓았던 버섯을 도로 싣고 오는 오기와 자존심은 그동안 김 대표가 이룬 ‘성공’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버섯강정, 표고버섯 음식 프랜차이즈 개발, 표고버섯 반찬 메뉴 개발 등 새로운 사업 구상에 빠져있는 김 대표는 “도전하고 연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는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버섯재배 시작 후 10년간 수익 없어 - 육체노동 몸으로 부딪치며 일꾼들 휘어잡아

지난 85년 김 대표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건강까지 나빠진 서울 토박이 남편과 함께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왔다. 마침 ‘원예공부’에 빠져있던 남편과 ‘꽃이나 키우며 농촌 생활에 적응해보자’ 하는 마음이 전부였다.

고향 어른들의 표정에서, 그리고 명절에 고향을 찾은 동창들의 눈 속에서 ‘안됐다’는 메시지를 보았을 때 그는 결심했다. “성공하기 전에는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김 대표는 농작물로 표고버섯을 선택했다. 표고버섯은 상품성도 뛰어나지만 재배하는 데 넓은 땅이 필요하지 않고, 주변에 산이 많아 원료(나무) 확보에 어려움이 없었으며,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가평’이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 한 평 가진 것 없이 남의 토지를 빌려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니 억울하고 힘든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실컷 시설 투자를 해놓으면 땅주인이 ‘나가라’거나 ‘옮겨달라’고 말하곤 했죠.”

이렇게 옮겨다닌 것만 수차례고, 경험이 없어 덥석 불리한 계약을 한 것도 여러 번이다. 농사란 게 자본 없이 시작하면 남자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김 대표에겐 해당이 안 되는 말이었다. 그는 스스로 험한 육체노동 앞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표고버섯 재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참나무’ 확보. 벌채에서부터 드릴로 구멍을 뚫는 종균작업과 자신의 허리보다 굵은 참나무들을 골고루 뒤집어 주는 일도 직접 했다. 지금이야 요령으로 일한다지만 처음엔 몸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하얀 얼굴에 체구도 작은 여성이 척척 일을 해내니 드센 남자 일꾼들도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김 대표는 “농사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뛰어야만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처음 버섯 재배를 시작하며 남편과 ‘농업으로 빚 안 지고 자식 대학 보내자’고 약속했는데 결국 지켰네요.” 환한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품질에 쏟은 정성만큼 헐값에는 안판다” -  가격 떨어지면 내놓았던 상품 다시 들고 와

농업을 생업으로 삼으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농산물 가격 등락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고가의 농산품인 ‘표고버섯’도 가격이 1관에 20만~30만 원일 때도 있지만 2000~3000원까지 떨어질 때도 있다. 파는 것이 아니라 버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가격이다. 들쭉날쭉한 시세만 쳐다보며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김 대표는 12년 전 남편과 함께 일본에 가 ‘표고버섯 가공법’을 배워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생표고 아니면 말린 표고가 전부였는데 일본에서는 ‘슬라이스 가공’으로 상품가치를 높이더라고요.”

그의 판단대로 요나농산의 ‘슬라이스 표고버섯’은 효자상품이 되었다. 이후 천연 햇볕에서 말린 표고버섯인 ‘해표고’를 브랜드로 출시했다. 표고버섯은 식품이지만 약용 효과가 뛰어나며, 특히 햇볕에서 말릴 때 효과가 더 커지는 특징이 있다. 요나농산 단골 고객 중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 온 암환자 가족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농약 인증’을 비롯해 해외 수출을 위해 ISO인증도 받았다. 특히 경기도지사가 품질을 인증하는 ‘G마크’는 도내 표고버섯 농가로는 요나농산이 유일하게 획득했다.

그는 버섯을 출하할 때 두 가지 원칙을 지킨다. 첫째는 ‘저급 상품은 폐기한다’, 둘째는 ‘재고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제품에 대한 자존심은 서울의 도매상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일정 수매가 이하로 값이 떨어지면 서울까지 트럭을 몰고 올라가 다시 가져가는 그의 고집은 ‘양심’이자 ‘자부심’이다.

그러나 거대 도매시장에 기대지 않고 적정한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유통망이 필요했고, 그는 생산량의 70%를 전자상거래와 직접 판매로 소화한다. 그는 농장 한편에 예쁜 정자를 만들었다. 고객들이 고기를 사가지고 와서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처음에 여기 표고는 왜 비싸냐고 묻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 가격으로 팔아도 되냐’며 걱정도 하고 선물을 들고 찾아오기도 한다”며 자랑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인다. 말리는 과정에 색깔이 이상해지면 그는 이유를 설명한 쪽지를 하나 넣어 보내는데, 고객들은 그의 설명을 100% 믿는다. ‘신뢰’를 통한 직거래는 단지 ‘수익 증대’가 아닌 그에게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보람까지 느끼게 해준다.

기술 전수해 줄 후계자 없어 고민 - 최소한의 귀농지원 정부가 배려해야

그의 요즘 고민은 ‘후계자’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의 모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이 버섯 재배를 배우겠다며 그를 찾아왔다. 1년 넘게 귀농을 준비했다는 그는 각오도 대단했다. 평소 “배우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기술을 전수해주고 함께 농장을 경영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김 대표는 그를 농장에 머물도록 했다. 그러나 그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힘들다’며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그 사람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부장까지 지냈지만 농사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며 “정해진 규칙이 없으니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란다.

김 대표는 “농업인은 생산에서 제품 디자인, 유통, 판매 그리고 회계업무에서 고객 관리까지 한 마디로 ‘종합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귀농 사이트’를 통해 직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낸 후 20~30대 대졸 출신자들도 여러 명 지원한 적 있지만 아직 소득은 없다. 후계자는 물론이고 일꾼을 구하는 것도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다. 레저타운으로 유명한 가평의 땅값이 치솟으면서 젊은 청년들은 모두 읍내의 ‘부동산 중개소’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평생을 흙에 바친 농업인으로서 김 대표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는 정부의 귀농 지원이 보다 현실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귀농 농민의 성공 사례가 많은 이유는 내려오는 농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연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귀농인이 처음 정착할 때 최소한의 뒷받침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 지원 정도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유통은 양심’…좋은 제품 전달 보호해야 - 너무 많은 농산물 브랜드 지자체 관리 절실

대부분 농가가 그렇듯 명절은 1년 매출의 대부분이 결정되는 시기다. 특히 표고버섯은 명절 선물용 단골 상품인지라 김 대표는 지난 추석을 무척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김 대표는 “명절 선물 문화가 완전히 변했어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직원이나 거래처 선물용으로 이제 ‘농산품’이 아닌 ‘상품권’을 선호하니까요”라며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지자체 브랜드화 전략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던진다. 이유는 ‘브랜드’가 너무 많다는 것. 하나의 제품에 지자체 브랜드, 농협마크, 갖가지 인증표, 농가 브랜드까지 붙이니 소비자의 변별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는 “유통은 양심”이라고 말한다. 유통에서 ‘농간’이 일어나면 농가도, 소비자도 손해 볼 수밖에 없다. 그는 “지자체에서 브랜드만 내놓지 말고 관리에 노력을 쏟아야만 진정한 ‘브랜드 전략’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프로필

김희자 대표   85년 표고버섯 재배 시작/ 2005년 성균관대 농업인최고경영자 정보화 과정 수료 / 현 경기도 G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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