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룽청시 장보고 유적지 탐방

1200년 전 한반도 남쪽 섬 완도에서 태어나 당나라로 건너가 무령군 소장에 오르며 대륙을 호령하고 신라로 돌아와 완도에 청해진을 세우고 뱃길을 장악하며 동아시아 해상왕국을 세웠던 ‘해상왕’ 장보고. 이러한 장보고의 개척정신과 업적을 느낄 수 있는 장보고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산둥성 룽청(榮成)시다.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장보고 유적지를 관광지화하기 시작한 중국에 비해 국내에선 지난 99년에 (재)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가 만들어져 장보고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첫발을 뗐다. 그렇기에 KBS 드라마 ‘해신’으로 장보고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높아진 요즘, 장대한 경관과 잘 정비된 모습으로 가꾸어진 중국의 장보고 유적지는 자부심과 동시에 씁쓸함을 남긴다.

장보고 건립 사찰 ‘적산법화원’ , 룽청시가 88년 대대적 재건

산둥성 최고의 미항으로 불리는 스다오(石島)항에서 4㎞ 떨어진 적산포 앞바다는 장보고의 주 활동무대이자 산둥반도 일대를 중심으로 한 신라인 사회의 심장부였다. 이곳 적산촌에 서기 820년대 장보고가 신라인을 위해 세운 사찰 ‘적산법화원’이 있다. 적산법화원은 신라인들의 교화와 만남의 장소였고 중국 땅에서 신라의 승려들이 신라인을 대상으로 신라의 언어를 사용해 법회를 진행하며 교민 사회 결속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적산은 예로부터 적산신이 보호해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어 바다로 출항하기 전 사람들이 평안을 기원하던 곳으로 당시 당나라 무령군 소장으로 있던 장보고가 이를 보고 법화원을 건립한다. 현재의 법화원은 88년 룽청시가 스러진 옛 터에 재건한 것이다.

2005년 장보고기념관 개관…동북공정 야욕 의혹도

▲ 동상적산법화원과 장보고 기념관 전경. 앞쪽에 보이는 기와집들이 장보고 기념관이다.. © 박윤수 기자
▲동상적산법화원과 장보고 기념관 전경. 앞쪽에 보이는 기와집들이 장보고 기념관이다.. © 박윤수 기자
적산법화원 내에는 지난해 4월 28일 개관한 장보고기념관이 있다. 스다오시의 수산기업인 ‘석도적산수산집단’이 3억 위안(약 360억 원)을 기부해 만든 것. 7000㎡ 의 부지에 세워진 기념관은 ‘꿈을 좇아 당나라에 오다’ ‘적산에서 인연을 정하다’ 등 5개의 주제로 나눠 장보고의 일생과 역사적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그 앞마당에는 높이 8m 무게 6t의 거대한 장보고상이 동쪽 바다를 바라보며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서 있다. 동상에는 “장보고는 한민족의 영웅, 평화의 사자일 뿐 아니라 해상무역왕으로서 영예로운 그 이름을 널리 떨쳤다”라고 중국어와 한국어로 쓰여 있다.

법화원 북쪽에는 지난 94년 최민자 세계한민족연합회 회장(성신여대 교수)이 장보고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15m 높이의 ‘장보고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장보고가 중국 장군복을?… 국내 무관심 속 재조명

그러나 중국 장군복을 입은 ‘신라인’ 장보고 동상은 씁쓸함을 남긴다. 우리 민족의 영웅인 장보고는 자국에서보다도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해상 무역을 제패한 위대한 인물로 추앙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보고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것은 신라 말기 권력 다툼 속에서 왕권을 위협하는 인물로 간주돼 신라 조정에 의해 암살당한 그가 역사책에서 ‘역적’으로 왜곡되며 잊혀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80년대부터 법화원을 재건하는 등 장보고를 되살린 것은 ‘한·중 간의 교류와 우의’를 내세우고 있다.  사실은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상품 개발과 동북공정의 야욕도 숨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장보고기념관 개관 당시 한반도의 일부를 중국 영토에 포함시키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고지도를 제작해 문제시된 후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철거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장보고를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세계화’가 화두가 되면서 청해진을 국제무역항으로 만들고 각국의 신라 교민들을 이용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그의 벤처정신과 리더십이 각광받게 된 것. 해양수산부와 학계, 해양업계 관계자들의 주도로 98년 ‘해상왕장보고재조명평가사업추진위원회’와 99년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위원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가 만들어져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또한 지난 9월 장보고의 정신을 이어받은 해양수산업 종사자를 발굴하는 ‘제1회 장보고대상’을 제정, 12월말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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