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매매계약을 완료하다
반면 나는 반대였다. 그 집은 온통 사람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고 더군다나 국도변에 있는 오래된 교회의 묘지가 자꾸 나를 뒤로 잡아끌었다. 집 가까이에 있진 않았지만, 묘지 자체를 께름칙해 하는 전형적인, 한국적인 생각에서였다.
나중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의외로 스웨덴 사람들은 오래된 교회와 묘지가 오히려 동네 정서를 좋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이 교회가 있는 것에 나는 감사하고 사랑한다. 고적한 가운데 미려(美麗)함을 풍기는 이 교회는 모터웨이(Motorway)를 달려오던 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최대한 남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시도했지만, 한번 마음먹은 것은 잘 바꾸지 않는 고집에 나는 온순한 양처럼 백기를 드는 수밖에 없었다. 남편 마음속엔 이미 그려진 설계도와 부푼 기대가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나로서는, 그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따른 모든 것을 잘 감내하고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남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넓은 정원과 전망은 우리 미래 집을 위한 설계의 기본 컨셉트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조용한 동네 분위기며 남편의 직장과 적당한 거리 그리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전철역과 쇼핑센터가 있는 점, 고속도로를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없이 좋은 입지 조건이긴 했다.
중개인의 말에 의하면, 집을 공개하던 날, 여러 팀이 다녀갔지만 구매에 적극 응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전면 보수를 요하는 이 낡은 집을 누가 원했겠는가? 유일하게 우리만 남았다. 남편의 운명적인 첫 느낌대로 그 집은 우리의 것이 된 것이다. 우리가 이 집이 지어진 이래로 세 번째 주인이 되고 말았다.
매매계약이 완료되고 우리가 이사 갈 일자는 정해졌다. 우리의 꿈대로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 수 있는 집으로 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그다지 기쁘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낡고 남루한 집! 불을 보듯 훤했다. 그야말로 고생길이 열린 것만 같았다.
남편은 워낙 모험에 대범한 편이고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투지가 강한 사람이라서 우리가 앞으로 그 집에 헌신해야 할 육체 및 정신노동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남편은 현재의 모습에 연연해하지도 않았고 다만, 넓은 땅을 지닌 우리 집에 대한 기쁨과 미래의 아름다운 집만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특히 그 집을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를 구상하고 그 집에 우리만의 공간 구축이라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그를 더욱 기대와 설렘에 조바심을 가중시키는 것 같았다.
[TIP] 스웨덴 부동산 매매 방법
스웨덴의 부동산 매매 방법은 한국과 완전히 다른, 경매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매도인이 매물을 부동산 중개회사에 의뢰하면, 그 회사는 인터넷, 신문 같은 매체를 통해 그 집의 매도 광고를 전담하는 것부터 매매가 끝날 때까지 책임을 다하게 되어 있다.
그 광고는 단순한 정보뿐 아니라, 집에 대한 상세한 모든 정보가 포함된다. 건평 및 대지면적, 구조, 설계도, 설립연도, 개조 및 변경 정보, 교통편, 학교, 그리고 친절하게도 집을 유지하기 위한 연간 개괄비용(대출이자, 집세, 난방비 등이 계산된) 등을 다룬다. 그야말로 잠재 구매자들이 그 이상의 궁금증이 없을 정도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일정한 하루를 정해 주인은 집을 비우고 부동산 중개인 입회하에 잠재 구매자들에게 집이 공개된다. 방문객들은 집 외관과 내부를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궁금한 것은 중개인에게 문의한다. 또 집주인은 미리 집안 정돈 및 대청소, 간단한 수리를 한다. 특히 이사 당일엔 창과 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를 시키고 빵을 굽거나 커피를 내려 집안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한다.
광고 시 매가(賣價)는 중개업자와 매도인이 의견을 절충한 후 결정하는 것이 상례다. 매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능한 한 최저가로 제시한다. 그 가격을 기점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은 서로 가격을 올리며 주고받고 마지막까지 고수하는 사람이 확정 구매자가 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처음 매도 제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집이 팔리는 것이 아주 흔한 상례이나, 때로는 처음 매도 제시가 그대로 팔리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집은 최고 2배, 3배의 가격으로 매도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