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품앗이 영어교육’ 인기

“무엇보다 사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어요. 교재도 4명이 함께 구입해 돌려보니 절약되죠.”(공소연)

“영어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점도 좋아요. 외동아이들은 버릇없이 자라기 쉽잖아요.”(조유경)

이들은 지난해 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30분∼1시간 정도 아이들을 지도한 후 아이들이 쉬는 동안엔 함께 교구를 만든다. 직접 가르치는 일은 돌아가면서 맡고 휴일엔 함께 공연을 보러 가거나 미술관, 박물관 등 체험활동을 하기도 한다.

최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 실시가 발표되는 등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해 자녀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품앗이 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쑥쑥닷컴’(www.suksuk.com),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 ‘베베하우스’(www.bebehouse.com)와 같은 유아교육 정보 사이트 게시판에선 영어 품앗이를 모집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쑥쑥닷컴’에만도 100여 개의 모임이 개설돼 있다.

영어품앗이 교육의 커리큘럼은 대개 동화책을 읽고 그림 그리기, 역할극, 인형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는 ‘스토리텔링’, 영어 노래와 춤을 배우는 ‘챈트’, 게임이나 놀이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액티비티’ 등으로 구성된다. 놀이와 게임 등을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학원을 벗어나면 다시 활용할 기회가 없는 학원 교육과 달리 엄마랑 생활 속에서 복습이 가능하다.

이들의 영어 교육 교과서는 다른 엄마들의 체험 수기다. 육아정보 사이트 게시판에는 영어교육 체험수기, 직접 만든 영어교육 교재 등이 가득하다. 공소연씨는 “유명 업체의 선전물보다 직접 읽고 아이들에게 가르쳐본 엄마들의 수기가 훨씬 믿음이 간다”고 얘기하며 “영어교육 품앗이 활동을 하다가 TESOL을 공부하거나 학원 영어강사로 활동하는 엄마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쑥쑥닷컴’의 서현주 대표, ‘가은이 아빠’로 유명한 김해진씨,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의 이신애 대표 등은 영어 품앗이 교육에 참여하고 영어교육 체험 수기를 인터넷에 연재하다 베스트셀러 작가, 영어교육 기업가로까지 변신한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를 가르친다는 ‘공동체 의식’은 영어 품앗이 교육의 핵심. 서현주 대표는 “영어가 자신 없는 부모는 만들기나 요리, 놀이교육 등을 담당하면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고 충고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비전문가가 영어교육을 전담하는 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박은정 한국외국어대 교수(영미연구소 영어영재교육팀장)는 “2∼12세의 아이들은 언어에 가장 민감한 시기이므로 엄마들의 서툰 발음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 “원어민 발음이 녹음된 테이프나 TV 영어회화 프로그램 등 전문 교재를 활용하면서 엄마들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품앗이 영어교육 성공하려면…

1. 4∼6명, 짝수로 구성하라

4∼6명으로 구성된 모임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편. 또한 아이들이 짝을 이뤄 놀 수 있게 홀수보다 짝수로 구성하는 게 좋다.    

2. 시각적인 ‘시선 끌기’ 필요  

1대 1 교육이 아니므로 그림책은 보통 사이즈가 아닌 ‘big book’을 선택한다. ‘퍼펫’(손인형)을 사용하거나 책에 등장하는 사물을 교구로 만들어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한다.

3. 영어 모임도 하나의 사회생활

언어 이전에 또래와의 사회생활 속 예절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수업을 방해하면 부모가 단호하게 혼을 내고 내 아이가 뒤처진다고 다른 아이와 비교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