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대생 취업 (상)

“진작 9급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할 걸 그랬어요. 2월까지 취업이 안 되면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ㄱ대학 영문학과 졸업 예정인 김지혜(23)씨는 벌써 두 곳의 회사에서 낙방했다. 경영학 부전공, 토익점수 700점 이상, 해외연수, 방학 동안 인턴십 경험도 있지만 취업엔 실패한 것. “요즘엔 구직자들의 실력이 비슷비슷 하다 보니 뚜렷한 낙방의 원인을 찾기도 어렵다”는 김씨는 “백수보다는 대학원생이 면접에서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다.

청년실업난이 지속되면서 취업 현장에서 여대생들의 구직난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지난 9월 말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학 취업률 조사에 따르면 여대생 취업률(일반대학)은 47.7%(전체 67.3%). 이중 정규직 취업자는 42.1%에 그쳤다. 전공별로는 인문계열(67.7%, 정규직 65%)과 예체능계열(65%, 정규직 59%)은 높은 편이었지만, 자연계열(55%, 정규직 50%), 사회계열(47%, 정규직43%), 공학계열(18.2%, 정규직 16%)의 취업률은 낮았다.

이에 대학의 일선 취업지도과는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에 비해 취업이 늦기 때문에 취업률을 조사하는 4월에는 수치가 더 적다”며 “1년 평균을 낼 경우 70~80%까지 오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시간당 근무까지 포함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사실상 취업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이 같은 취업의 현실은 여대생들의 국가시험·공무원 시험 편중 현상과 함께 ‘묻지 마 취업’ 및 높은 이직률로 인한 ‘장기적 실업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ㄷ대학의 한정희(23)씨는 “졸업 후 상반기 취업시즌이 지나면 대부분 ‘묻지 마 취업’을 선택한다”며 “결국 취업하자마자 다음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라고 전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증가로 실제 신입사원들의 (1년 내) 이직률은 29.4%(대기업 12%)에 이른다. 청년실업 문제는 단지 일자리 수의 부족뿐만 아니라 취업·진로 지도의 부재가 한몫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신여대 경력개발센터 하종숙 차장은 “1년에 평균 2000~3000건의 취업 의뢰가 들어오지만 졸업 후 추적조사를 해보면 상당히 많은 수가 이직했음을 알 수 있다”며 “학생들이 졸업 전에 자신의 진로와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한다.

기업의 채용방식도 젊은 인재들을 ‘떠돌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박천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수백 명을 집단 공채하는 방식으론 학생들이 직무적성에 따른 선택이 어렵다”며 “기업의 집단 채용방식이 수시·직무별 채용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업장벽이 더 높은 여대생들에게는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임순옥 여성가족부 인력개발기획팀 사무관은 “남녀공학 대학의 취업교육은 아무래도 여학생 맞춤형이 되기 어렵다”며 “여성의 특성을 살린 진로지도, 커리어맵 만들기, 취업연계 등 구체적 프로그램이 더 연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전국 12개 대학(경기대 한양대 아주대 연세대 상지대 충남대 신라대 동의대 영남대 경북대 원광대 전주대)에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지원하며, 올해부터는 구체적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7개 대학(연세대 동국대 충북대 서강대 동의대 순천대 원광대)에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여성인력에 대한 ‘고정관념’도 변함없는 취업장벽이다. 모든 기업들이 ‘더 이상 여성차별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인사담당 실무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모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뽑아도 일선 부서장들이 팀원으로 받고 싶어 하지 않으니 보낼 데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게다가 과장급 나이에 도달하는 30대 초반 임신과 출산으로 자진 퇴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한 여학생들에게 진로와 직업에 대한 명확한 의식을 주문하기는 어렵다.

한편, 올해 여대생들의 취업경로 조사(교육인적자원부) 결과 공개채용(34%), 학교(15.8%), 친인척(5.9%) 순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실제 면접에서 취업확률이 더 높은 것은 역시 학교를 통한 취업이다.

하종숙 차장은 “학교가 소개하는 기업들은 해당 학교의 학생에 대한 채용 호감이 크기 때문에 성사율이 높은 편”이라며 “학생들은 취업포털사이트에서도 명확히 정보를 가려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사 후 실망도 크고 빠른 이직으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재학 시 각 대학의 경력개발실을 통해 꾸준히 진로 정보 및 교육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담당자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맵을 작성하는 연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