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한우도 광우병 안전지대 아니다

‘인간광우병’ 한국엔 정말 없나

우리나라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하지만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 2001년 3월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팀은 36세 환자를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으로 판명했다. 변형CJD(인간광우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시도했지만, 유족들의 반대로 결국 실패했다. 국립보건원은 “국제보건기구의 인간광우병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광우병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 인천의 또 다른 병원에서도 40대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지만, 역시 가족이 부검에 동의하지 않아 확진하지 못했다.

당시 김상윤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라며 “인간광우병이라고 확진하려면 반드시 부검이 필요한데, 가족의 반대로 끝내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인간광우병 환자는 없을 것”이라고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결코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님을 방증한다. 지난 96년부터 2003년까지 광우병 검사를 받은 소 6354마리 가운데 정상 출하된 소는 92.4%(5871마리)에 그쳤다. 2000년 이후 광우병 유사 증세를 보이며 죽은 한우가 수백 마리에 이른다는 비공식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광우병 검사는 하고 있지만, 주저앉는 소나 병에 걸린 소는 아예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광우병 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행법상 사망한 소에 대한 신고는 ‘의무’가 아닌 ‘민간자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광우병 유사증상이 발견돼도 축산업자가 그냥 땅에 묻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광우병 발병을 확인할 방법 자체가 없다.

 육골분 사료가 한우 주사료…

‘교차오염’ 가능성 늘 있어 

‘쿠루(kuru)’라는 병이 있었다. 1957년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들에게만 발견된 풍토병으로,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인간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역학조사 결과 종교적 장례의식으로 죽은 자의 뇌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쿠루의 발병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종교의식이 사라진 이후 쿠루는 사라졌다.

영국에는 200년간 양들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풍토병 ‘스크래피(Scrapie)’가 있었다. 지금의 광우병과 증상이 유사했다. 영국은 80년대부터 양과 소를 재료로 한 동물성 사료를 젖소에게 먹이기 시작했는데, 85년 양의 스크래피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소 16마리가 발생했다. 이것이 광우병의 첫 발병이었다.

현재까지 광우병의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소에게 소를 먹이는 사료정책이 광우병이라는 새로운 전염병을 만들어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소는 전형적인 초식동물이다. 하지만 축산업자들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살을 찌우고 우유를 많이 생산해내도록 하기 위해 소를 육식동물로 키우고 있다. 이유식으로 우유와 소의 피를 섞은 갈색 액체를 먹이고, 어느 정도 자라면 소를 포함한 포유류·어류의 뼈와 살코기를 갈아 만든 육골분 사료를 먹인다. 소의 팔 수 있는 부위는 최대한 팔고, 나머지 뼈와 장기를 갈아 다시 소에게 먹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의 뼈와 뇌를 갈아서 만든 ‘육골분 사료’는 금지하고 있지만, 양이나 돼지, 닭으로 만든 동물성 사료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광우병과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교차 오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양이나 돼지, 닭에게 소로 만든 육골분 사료를 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를 먹은 양·돼지·닭을 다시 소가 먹으니, 소가 소를 먹는 것은 그대로인 셈이다.

동물성 사료 생산·사용 전면 금지해야

처벌 법적 기준 마련도 시급

더 심각한 문제는 사료 제조업자가 육골분 사료를 만들어 축산업자에게 팔거나, 축산업자가 이 사료를 사서 소에게 먹여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사료관리법 16조에 따라 규정된 ‘사료공정서’에 따르면, 반추동물(소)과 비반추동물(소 이외의 동물)을 재료로 사료를 만들 경우 서로 섞이지 않게 해야 하며, 만약 섞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이 사료를 반추동물에게 먹여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부에서 2002년 12월부터 2003년 1월까지 전국 배합사료공장 제조공정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91개 배합사료공장 중 14개 공장만이 소 사료와 기타 가축사료 생산라인을 분리운영하고 있었다. 무려 77개 공장에서 생산되는 동물성 사료에 소의 부산물이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고의로 소의 부산물을 동물성 사료에 섞어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육골분 사료가 다른 사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빠른 시간 내에 살을 찌울 수 있기 때문에 축산업자들은 육골분 사료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한우가 광우병 발생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육골분 사료를 먹고 있지 않다고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광우병 소가 발생한 직후인 88년부터 90년까지 우리와 같은 사료정책을 시행했다가 2만7000마리의 신규 광우병 소가 발생하자 이 제도를 폐기한 바 있다. 유럽과 일본은 지난 96년부터 모든 농장 동물에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부는 “동물성 사료가 광우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기호 변호사(로컬푸드시스템 연구회)는 “인간광우병을 막으려면 일단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며 “동물성 사료의 생산·판매·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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