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을 만나다 (9) 목곡농원 신현아 씨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나이 스물이 되었을 때부터 ‘농사꾼과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신현아(33)씨. 그는 지금 그의 희망대로 농촌 총각을 만나 밝은 농업의 미래와 가족의 행복을 일궈가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서 저농약 배를 생산하는 목곡농원의 ‘행복지기’ 신씨는 “농원의 명의도 제 것이 아니고, 이제 농사 경력이 4년밖에 안 되는 농가의 새내기 주부지만 저는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는 파트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당당한 자신감은 스스로 ‘농사꾼’이 되겠다며 전문 직업을 팽개치고 한국농업전문학교를 선택했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다.

“농업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으면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신씨는 젊은 농업인들이 새로운 변화를 위해 도전하고 실험한다면 어떤 직업보다 가장 보람찬 결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농사꾼 되겠다” 전문직 접고 ‘농업전문학교’ 재입학

신씨는 전남 장성이 고향이다. 조선대학교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폐수처리 약품회사의 ‘폐수분석 기술연구원’으로 취직도 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전문직 일자리였지만 그는 ‘이 일은 내 평생직업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늘 했단다.

“고민 많이 했죠. 농촌에서 자랐지만 사실 직접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고,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솔직히 겁도 나더라고요.”

신씨는 3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수원에 있는 ‘한국농업전문학교’에 지원했다. 그는 한국농업전문학교의 3년 생활을 통해 우리 농업의 미래, 그리고 벤처정신을 갖춘 전국의 젊은 ‘농업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을 최고의 소득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편 최시훈(33)씨도 바로 이곳에서 만났다. 현재 목곡농원은 신씨의 시부모님이 일군 것으로 장남인 그의 남편도 직장을 그만두고 가업을 잇기 위해 다시 ‘학교’에 온 것이다. 육아와 집안일로 남편만큼 농사에 올인하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을 키워가고 있다. 지역 행사 때 ‘배’를 들고 나가 목소리를 높이며 판매하는 그의 적극성은 ‘매출’과 ‘홍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농사꾼은 배우는 것이 투자

“지금 농업에 필요한 것은 바로 경영 마인드입니다.”

신씨 부부는 이를 위해 전국적인 ‘정보 네트워크’ ‘전문교육 이수’ 등 젊은 농업인들이 장기적인 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남편 최씨는 동문회장을, 신씨는 동문회 내 커플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동문회 등 모임은 단순한 친목 도모의 목적이 아니다. 농업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의 루트를 개척하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직접 정해 강사를 초빙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농원 일이 바쁜 와중에 ‘책임감’이 없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부모님의 걱정을 듣는 것도 일상이다.

신씨 부부는 ‘농업의 미래는 네트워크와 정보 공유’임을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농업전문학교를 통해 배출된 젊은 농업 인재들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행히도 후배들은 신씨가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있고, 지난해 입학 경쟁률이 3대 1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통구조 바꾸고 가공식품 개발하는 게 살 길

배 시세가 계속 하향세인 요즘 신씨 부부는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소득 증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 목곡농원이 출하하는 배의 50%는 전자상거래 즉 직거래로 유통된다. 목곡농원 홈페이지(www.h2b.co.kr)는 올해 농림부 주최 농업인 홈페이지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신씨가 또 하나 주력하는 것은 바로 ‘배즙’ 생산이다. “남편이 선과에 워낙 까다롭다 보니 다른 농원 같으면 내다 팔았을 것도 ‘불량’ 판정을 내버려요.” 그러니 가격을 조금 높여 받는다고 해도 수익이 늘 수가 없다. 보다 못한 신씨가 ‘못생겨서 탈락한’ 배들을 모아 기장군의 특산품인 오가피 등 한방재료와 함께 ‘배즙’을 만들었다. 지난해 이 배즙만으로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러 가지 가공식품을 개발해서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싶은데 식품허가 등 관련 기준이 까다로워 아직은 지역에서 입소문 듣고 오신 분이나 농협 등에서만 판매하고 있어요.”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부가가치형 가공식품 개발이 필수라면 보다 세심한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신씨의 주문이다.

목곡농원은 얼마 전부터 ‘배나무 분양’을 시작했다. 부근 도시 사람들에게 그루당 10만 원에 분양하는데, 봉지 씌울 때, 배꽃 필 때, 수확할 때 찾아와 일손도 돕고 하루 놀다 가면 된다. 그루당 수확 후 4상자(7.5㎏)를 주는데 솔직히 이익은 없다. 그러나 신씨는 “이렇게 오시는 분들이 직거래 고객이 되고, 또 체험농원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목곡농원만의 독특한 이벤트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생산이력제도 실시 중인데 지난해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무농약 배’ 생산에도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참이다.

“무농약 배가 시장성이 있기는 하지만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노력만큼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신씨는 “인증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큰 마케팅 전략이 되는 만큼 정부의 까다롭고 정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저가 농산물 걱정만 말고 시장 공략해야

신씨는 농업전문학교 2학년 필수 교과과정인 해외 현장실습을 중국에서 마친 경험이 있다. “중국이 현재 우리보다 농업기술은 떨어지지만 시장성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에서 우리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교수님의 권유가 있었던 것.

그는 수입 중국 농산물의 피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중국은 땅만 넓은 게 아니에요. 그만큼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고급 농산물 수요가 뚜렷하고 그 시장도 매우 큽니다.”

신씨는 특히 국내산 ‘배’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달고 물이 많아 시원한’ 품종의 우수성에 우리 농가의 재배기술이라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당시 중국을 함께 다녀온 그의 동기 중 몇 명은 중국 산둥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배는 전량 중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일단 시작은 ‘청신호’인 셈이다.

신씨도 중국 진출을 마음에 두고 있다. 아직은 남편이 마음을 정하지 않고 있어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어차피 시장이 개방된다면 ‘넓은 시장’에서 승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농가지원 전 반드시 경영교육부터 해야

신씨는 농가지원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임을 강조한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쓰게 해주고, ‘경영’의 개념을 인식하도록 가르친 후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역시 ‘하향평준화’된 교육이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천차만별의 지식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교육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는 배우는 게 있겠지만, 상·하위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시간 낭비일 뿐이죠.”

물론 농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다니며 과외를 할 수는 없는 만큼 농업인들 스스로 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찾아다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 프로필

신현아   96년 조선대학교 유전공학과 졸업/ 2003년 한국농업전문대학 졸업 / 2004년 행복두배 목곡농원(www.h2b.co.kr) 홈페이지 오픈, 부산 농산물쇼핑몰 입점 (www.B1mall.com)/ 2006년 농업인 홈페이지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한여농 혁신인재 비즈니스 아카데미 교육 12월 수료 예정

● 후배 여성농업인에게

“농업을 직업으로 인식하라”

동문회 일을 맡아 하다 보니 귀농을 묻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것도 내 일 중 하나가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며 도시에서 누리던 삶을 다 누릴 순 없다. ‘목표’를 얻기 위해 버릴 것이 무엇인가 명확하게 인식한 후 귀농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 ‘농업에 비전이 있는가’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당연히 비전은 있다. 옛날에도 있었지만 단지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다만 농업에서 여성들은 직업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 농업을 직업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태도도 달라진다. 태도가 달라지면 가치도 달라진다.

● 신현아의 농촌살이 성공 3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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