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을 만나다 (8) 고효숙 유기농원 대표

전남 영암군 월출산 자락, 온전한 먹거리를 전파하겠다며 15년간 극성맞게 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고효숙(56)씨의 ‘유기농원’이 있다. 남편 정동열씨는 그를 돈키호테라 한다. 어쩌면 ‘바른 먹거리로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그의 용기가 창을 들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만큼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원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적어도 ‘유기농원’에서만큼은 그가 꿈꾸는 먹거리의 이상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고효숙씨가 먹거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초. 먹거리가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한 그는 첫 작업으로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음식을 하면서 원재료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으로 들어가다 보니 우리 식탁의 문제가 심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체계에서는 건강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그가 생각한 것은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것.

“농원에 처음 들어온 날부터 자연은 나를 매일매일 감동시켰죠. 유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무형적인 것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아내는 법을 배웠고 유기체적인 삶이 어떤 것인지를 몸으로 체험하며 알게 되었죠. 저는 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농업이라는 것은 100년이 지나도 역시 지금과 똑같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말로 많은 것을 땅에서 얻으니 보상은 충분히 되는 거죠.”

고 대표 부부가 5년에 걸쳐 손수 지은 황톳집 ‘생락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기농의 참맛을 체험토록 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 고 대표 부부가 5년에 걸쳐 손수 지은 황톳집 ‘생락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기농의 참맛을 체험토록 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농원을 개설하고 단번에 유기농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땅의 힘을 점차 길러나가야 했다. 그는 농사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최종 목표인 친환경 유기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농약을 쓰지 않고 과일나무를 소독하기 위해서 힘들고 번거롭지만 친환경 살균제인 석회유황합제를 직접 만들어 썼다. 볍씨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들였다. 섣달이면 커다란 항아리에 눈을 모아 빗물 들어가지 않게 간수하였다가 1월 볍씨를 담갔다 건져내기를 수차례, 이렇게 하여 꺼내서 말려 두었다가 4월 침종하면 벼가 탐스럽게 자라며 수확도 배가 된다.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가며 드디어 92년부터는 농장 모든 것이 친환경 유기농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오리농법으로 키운 쌀로 처음 밥을 지어 먹던 날 부부는 ‘바로 이 맛이야’ 하며 손을 맞잡고 방에서 뛰며 돌았다. 과수원에서는 은행이며 감, 석류 등이 자연의 영양으로 자연의 맛을 내기 시작했고 사료가 아닌 약초 캐먹고 벌레 잡아먹으며 절로 커가는 토종닭이 농장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이제는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제품 개발에 눈을 돌리고 98년 유기농 단감 ‘고효숙 단감’을 상표 등록했다. 입소문으로 찾는 이가 늘자 이름을 걸어도 부끄럽지 않다는 확신이 선 것이다. 목질발효퇴비, 쌀겨, 깻묵, 청초액비, 목초액, 숯가루 등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해 키우는 고효숙 단감은 유기농 농산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맛이 나며 감 고유의 향이 살아 있어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 단감뿐 아니라 단감 고추장·된장, 단감 즙, 단감 식초, 단감 잼 등 그의 제품들은 한 번 찾은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으로 팔려나갔고 이제는 전남 영암군의 특산물이 되었다.

① ‘바른 먹거리 만들겠다’고 나선 고효숙 대표를 돈키호테라고 부르는 남편 정동열씨와 함께.</p>
<p>② 고 대표가 개발한 단감고추장, 단감된장, 단감즙, 단감식초, 단감잼은 이제 전남 영암의 대표 특산물이 되었다.</p>
<p>③ 농장의 석류를 들여다보고 있는 고 대표.</p>
<p>④ 길쭉한 모양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토종감.
▲ ① ‘바른 먹거리 만들겠다’고 나선 고효숙 대표를 돈키호테라고 부르는 남편 정동열씨와 함께.

② 고 대표가 개발한 단감고추장, 단감된장, 단감즙, 단감식초, 단감잼은 이제 전남 영암의 대표 특산물이 되었다.

③ 농장의 석류를 들여다보고 있는 고 대표.

④ 길쭉한 모양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토종감.

좋은 농산물 생산과 병행해 꾸준히 해오고 있는 일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5월 감꽃 솎기, 6월 열매솎기, 10월 감 따기, 그밖에도 팜 스테이를 통한 유기농원 체험은 1년 열두 달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무료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극성맞게 하는 것을 보면서 ‘또라이’ 소리도 들었지만 제가 이렇게 10년을 투자한 이유는 간단해요. ‘먹거리 잘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 요 말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요. 하하하.”

농장에 머물면서 유기농을 체험할 수 있는 황토집 ‘생락원’은 부부가 5년에 걸쳐 손수 디자인하고 지은 집이다. 농장에서 파낸 황토 로 벽과 바닥을 만들었고 농장의 나무를 잘라 대들보를 올렸다. 이곳에서는 황토 냄새를 맡으면서 바른 먹거리와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유기농에 대한 30년 그의 경험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농업인도 전문 산업인으로 대접받아야 하고 노력한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줄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힘만 쓰는 것이 농사가 아닙니다. 전천후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 농업이에요.”

그의 경력을 보면 정말로 전천후 전문가임을 실감하게 된다. 공인중개사, 영유아보육교사,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여성농업인 교관, 유통관리사, 자연건강관리자 등 그는 정말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밥상지기’를 자처하며 자연 친화적 삶을 전파해 나가는 그의 열정은 결코 마르지 않을 듯했다.  

● 프로필

고효숙 대표   77년 전남 영암군 신북면에 농장 개설/ 92년부터 환경농업 경영/ 97년 전남대학교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수료/ 98년 ‘고효숙 단감’ 상표 등록/ 2001년 영암 신지식인 선정/ 2002년 벤처농업대학 수료/ 여성농업인 교관, 친환경농업 컨설턴트

유기농원   1만2000평(과수원 9000평, 밭 1000평, 놀이동산 잔디 운동장 2000평) 규모로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효숙 단감을 비롯해 쌀, 은행, 석류 및 단감 관련 제품 생산 판매와 체험교실 운영, 2005년 친환경 무농약 인증

● 후배 여성농업인에게

“여성이 농업 주체다”

여성 없이는 농촌을 지킬 수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여성은 이미 농업이라는 산업 중심에 서 있으며 더 이상 보조자가 아님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여성으로서 주체적 삶을 살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갖고 노동만 하는 일꾼이 아니라 경영을 하는 농업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부심과 즐거움 없이 하는 일에 어찌 성공이 따를 것인가?

● 고효숙 대표의 성공전략

1. 재투자에 인색하지 마라 

농업도 다른 산업과 같이 효율성과 능률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더구나 농업은 인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능률 제고를 위한 시설이나 환경에 대한 재투자가 필수다. 

2. 경영 마인드를 가진 과학영농을 하라

농촌에는 노동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상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경영 마인드를 갖고 전체 산업을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과 지식을 넓혀야 한다.        

3. 타협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라

도시생활을 하다가 농업으로 전환하는 경우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지방민이나 거래선과의 갈등, 정부 당국과의 정책 조율 등에서 옳다고 믿는 것은 피하지 말고 과감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

4. 자연이 주는 무형의 가치의

소중함을 알라

돈에 제일의 가치를 두게 되면 별로 즐겁지 않고 무형의 가치에 눈을 뜨면 농촌에서는 매사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