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만으론 현실화 어려워

재정경제부(부총리 권오규)가 현행 ‘3000만 원 이하 소액수의계약(물품구매)’ 규모를 ‘5000만 원’으로 상향조정하되 ‘지정정보처리장치(G2B: 정부와 기업 간 전자상거래)’ 사용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어 여성 기업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액수의계약’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G2B를 사용할 경우 공개경쟁입찰방식이 되기 때문에 영세·소규모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의계약제’는 사라지는 셈이 된다.

특히 법에 의해 수의계약 우선 계약 당사자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여성기업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의 320여 회원사는 이와 관련, 재경부에 이미 ‘반대 서명’을 제출한 상태다.

오승백 여경협 전무는 “5000만 원 이하 물품 구매에서 견적에 의한 구매방식을 적용한다면 영세기업 간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덤핑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전했다.

여경협은 현재 ▲5000만 원 이하로 계약 시 G2B 의무조항 삭제 ▲여성중소기업이 공공기관과 수의계약할 수 있는 조항을 국가계약법 시행령(제26조)에 포함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소액 수의계약 대상 제품을 구매할 경우 실질적 여성중소기업과 우선적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시행령(제30조)을 보완해 줄 것 ▲견적에 의한 가격결정(제30조)에서 정하고 있는 단일 견적 범위를 현행 2000만 원에서 3000만~4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조달청은 3000만 원 이하 소액수의 계약 시 여경협의 추천을 받은 여성기업과 우선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이는 조달청 자체 지침에 의한 것이다. 시행령에는 장애인기업, 국가보훈대상, 영세기업 등 다양한 조항이 명시되어 있으나 ‘여성기업’ 항목은 빠져있다. 따라서 정부기관 및 지자체 등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 규정에 불과한 ‘여성기업 제품 우선 구매제’를 잘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정부 공공구매 물품 8조 원 중 여성기업 물품의 조달 비중은 185억 원에 불과했다.

오 전무는 “소액수의계약 범위가 확대되고, 여성기업을 우선 계약 당사자로 하는 조항이 명시된다면 여성기업엔 실질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재경부는 여성기업 및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5000만 원 이하로 계약 시 G2B 의무조항 삭제’ 요구에 대해 ‘긍정적 검토’를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시행령 26조에 ‘여성기업의 수의계약 우선’ 조항 첨가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난해 5월 국회에 상정되었던 ‘공공기관 여성기업 제품 5% 의무구매법안’은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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