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을 만나다 (7) 박득자 을지엔택 대표

남강이 동서로 누워 있는 진주시. 대나무 숯으로 이른바 ‘전국 유명스타’가 된 박득자(51) 을지엔택 대표를 만나기로 한 진주역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강이 시원하기만 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의 특색 있는 유등의 화려한 불빛이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뜨리게 하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 준비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세련미에 깜짝…첨단 농업인 냄새 물씬 

대나무 숯 공장은 30여 분 남짓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 있었다.

어라~, 짐을 풀고 대나무 숯 공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첫 인사를 나누기 전 무의식적으로 나온 소리다. 여느 농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사실 서울에서 전화통화를 했을 때엔, 사투리가 적당히 섞여 있는 박 대표의 말투로 미루어 전형적인 여성 농민의 이미지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모습은 예상과는 크게 어긋났다.

세련된 화장과 보랏빛 정장에 눈부신 액세서리. 그야말로 크게 성공한 여성 기업인의 모습이었다. 한눈에 그냥 그렇게 성공한 농군의 아낙이라기보다는, 농업분야를 최첨단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킨 사업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세련된 외양을 지닌 그가 ‘대나무 숯’을 세련화시킨 셈이다.

간단한 통성명을 한 뒤 박씨는 ‘대나무 숯 전도사’로 돌변한다. 그는 갑자기 석탄가루 같은 시커먼 가루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물을 마신다. 첫 인상으로 한 번 놀래 키고, 두 번째 돌발행동(?)으로 또 놀라게 한다. 취재팀 일행은 박 대표를 눈이 휘둥그레 쳐다본다. 박 대표의 ‘대나무 숯 예찬론’이 시작된다. “대나무는 빨리 자라서 산림 훼손도 안 됩니다. 대나무 숯은 공기 정화, 탈취, 제습, 항균 등 ‘만병통치약’입니다.”  

대나무 숯 전도사의 쏟아지는 예찬론

예부터 대나무는 얽힘 없이 수직으로 서 있는 모양새로, 지조와 절개의 ‘메타포’로 사용되었다. 선인들은 대나무를 ‘겨울의 군자’라고 늘 가까이 두려고 했다. 그러나 80년대 우리나라 죽제품 시장에 불어닥친 위기. 태풍의 눈처럼 등장한 ‘대나무 숯’. 박씨의 남편이 대나무를 구워서 숯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96년 처음 경남 임업장에서 대나무 숯 개발에 착수해 개발에 성공한 뒤, 2년 뒤인 98년 창업을 했다. 산골짜기 토굴에서 숯을 굽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나무 숯 인증서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서울에 있는 백화점에 납품을 하고, 계약을 할 수 있었다.

 

KBS 6시 내 고향 방송 후 ‘인기가도’

박씨의 대나무 숯 사업의 전환점은 98년 KBS ‘6시 내 고향’ 방송이었다. 당시엔 대나무 숯 개발이 흔치 않아서, 박득자씨의 대나무 숯 개발이 방송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진로 참이슬’ 본부에서 담당자가 직접 찾아왔다. 그 길로 바로 98년 독점권을 갖고 ‘미네랄 소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대나무 숯을 개발할 때까지, 그리고 지금도 하루에 잠을 2시간밖에 못 자요. 그리고 꿈속에서도 진주 특산물 행사 때 숯을 전시하며 팔았을 때 외쳤던 ‘숯이 사람을 살립니다’라는 말을 아직도 합니다.”

그렇게 대나무 숯은 흙 속에 숨어 있던 진주로 발견되어 세상에 화려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있는 을지엔택’은 진주 특산물 지정업체가 되었고, 박씨는 여성 벤처기업인, 신지식인 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현재 박득자 사장의 대나무 숯 연매출 규모는 100억 원대다.

숯 굽다 손가락 절단 사고 당하기도

박 대표는 적극적이며 긍정적이다. 박 대표가 ‘대나무 숯’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운 고비는 2003년 4월 화재사건과 손가락 절단 사건이다. 새벽에 본사 공장에 불이 나버린 것이다. 숯 납품 물량이 많아서, 무리하게 기계를 돌리며 일을 하던 중, 자동화시스템 센서가 고장 나는 바람에 박씨는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박 대표는 응급실에 실려 갔고 손가락 봉합 수술은 성공했다. 당시 화재로 박 대표는 장애6급 판정을 받았다.

숯 비누 등 웰빙 건강제품 날개 돋친듯

얼마 전 본사에 대나무 숯을 제조하는 18억 원의 첨단 시설을 두었다. 숯의 원료인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 숲은 그 규모가 64만 평에 이른다.

숯을 만드는 데 잡음이 없지는 않다. 대나무를 굽고 분쇄할 때 분진이 날린다는 민원이 들어온다. 집진기 시설을 해서 분진을 잡고 있는데, 사천마을 주민들이 대나무 숯 공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박씨는 “사천군수는 을지엔택 공장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일부 주민들이 보상을 바라고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체 주민의 생각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현재 숯 배게, 숯 비누 등 웰빙 건강제품으로 현대, LG,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건강제품 코너에 납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참이슬 대나무 숯, KT&G 대나무 숯 담배 등 대기업에도 대량으로 대나무 숯을 납품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시장을 확고히 다진 뒤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물, 공기 등 자연과 웰빙을 내걸면 농민이 살 길이 보입니다. 농촌의 차별화를 추구하면 농촌의 미래는 밝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프로필

박득자 대표  98년 보림산업 대표(공동)/ 2003년 한국여성농업인상 수상(농림부 장관상)/ 2006년 경상남도 농업벤처 재무이사/ 2006년 경남농업인CEO 경남대표/ 2006년 을지엔택 대표/ 2006년 진주경찰서 행정발전위원회 위원

보림산업&을지엔택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신기술 21세기 농업모델벤처(경상남도 도지사 표창)/ 2002년 ISO 9001-2000 국제품질인증 획득, 환경모범기업 지정/ KT&G 대나무 활성탄 에세순 담배 필터용 납품/ 연간 100억 원 매출

● 후배 여성농업인에게

“미쳐야 성공한다”

농업의 미래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박득자 대표는 여성 후배들에게 “한 가지 일에 미쳐보세요”라고 조언한다. 특히 여성 농업인은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 남성 농업인에 비해 더 어렵다. 박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올인’해야 그 자리에서 빛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꿈속에서도, 병상에서도 박 대표는 언제나 ‘대나무 숯’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농촌에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오히려 한 가지 일에 미쳐보면, 도시보다 농촌이 성공할 무한한 잠재 가치가 있답니다.”

● 박득자 대표의 성공 3계명

1. 꿈속에서도 일하라

어느새 비즈니스가 된 농업분야.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분야에 ‘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은 기본이다. 24시간 ‘대나무 숯’ 생각만을 하고 사는 박득자 대표는 꿈속에서도 일을 한다. 그래서 초창기에 박 대표에게 사람들은 “저 여자는 숯에 미친 여자야”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2. 위기는 겪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라

위기를 겪을 때 성공하는 사람은 다르다. 살면서 사람은 누구나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그 위기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그 위기를 자성의 기회로 삼고, 그 위기를 통해 더욱 성장한다. 박 대표 역시 화재가 났을 때, 고액 사기를 당했을 때, 손가락이 절단됐을 때 모두 성장의 계기로 삼았다.       

3. 배우자와 가족을 후원자로 만들라

여성 사업가는 사업이 안정되기 전엔, 사업도 해야 하고, 가사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고되다. 이럴 때 회사가 크다면, 배우자와 가족을 직·간접적인 후원자로 만드는 것은 필수다. 박 대표의 경우는 남편, 아들, 딸 모두 회사 일을 돕는 사람, 회사의 주역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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