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전 읽기 - 홍세화, 공지영...’

‘인문학 부활운동’이 일면서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전’ 하면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시대를 대표하는 10명(공지영, 노회찬, 변영주, 신경림, 이주향, 홍세화, 현기영, 표정훈, 배병삼, 김두식)의 지성들은 ‘나의 고전 읽기’(북섬)에서 한 권의 고전이 어떻게 인생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새로운 삶의 길잡이가 됐는지 들려준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배병삼 영산대 교수는 말한다. “한동안 읽다 보면 고전과 참으로 조우하는 순간이 온다. 나의 정강이를 쳐서 무릎을 꿇게 할 수 있는 책만이 고전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은 작가로서의 지향점을 찾게 해준 톨스토이의 말년 걸작 ‘부활’을 골랐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귀족가문에서 나고 자란 부유한 청년이었지만 소설에선 늘 ‘인간의 구원’을 얘기했고, 상류사회에 대한 분노와 신랄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톨스토이의 박애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지영은 “현재 한국에서 사형수로 복역 중인 61명의 목숨을 공지영이 살려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지영의 문학세계는 성공한 것 아니냐?”는 한 신부님의 말씀을 전하며 뿌듯해한다. 그렇기에 공지영은 “어떤 작가가 좋은 작가냐?”는 질문에 “마지막 작품이 그의 대표작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톨스토이처럼 말이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조선왕조실록’을 첫 손에 꼽는다. 정치가는 현실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게 일인데,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선 역사를 아는 것이 초석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 선조들의 고민, 시행착오, 노력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하고 오늘에 반영해 보는 것이 우리가 실록을 읽는 뜻이 아닐까?” 노 의원은 쪼들렸던 시절, 자신이 쓴 조선왕조실록이 불티나게 팔려 빚을 모두 탕감했다는 재밌는 일화도 소개한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에 괴로워할 때 ‘반야심경’을 만났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에게 반야심경은 낯선 세계였지만 한동안 반야심경을 쓰는 일로 아침을 맞았다. 슬픔만큼 위로를 얻었고, 위로만큼 평화를 맛보았다. 이주향 교수는 발견했다. 깨달은 자에게 법을 들으면 생이 바뀐다는 말의 참뜻을! “꿈처럼 환상적인 인생도 가고 지옥처럼 고통스런 인생도 간다.” 이주향 교수가 부르는 행복한 무상의 노래다.

영화감독 변영주는 프랑스 작가주의 영화의 고전 ‘400번의 구타’(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언제나 경외와 질투의 대상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샘솟게 하고, 능력 부족의 자신을 탓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자전적 이야기를 형상화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텍스트라고 칭찬한다.

흔히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지만 명사 10인이 고전을 권하는 이 책에는 작가 개개인의 소박한 경험과 일상 속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또 이 책은 인생의 위기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궁금증도 풀린다. 당장이라도 책장 한 구석에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채 추위에 떨고 있는 고전을 냉큼 집어 들고 싶게 만든다. 공지영 외 지음/북섬/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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