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먹으러 오세요

모든 것 풍성한 가을, 이 계절이 좋다.

고구마 캐어 창고에 들여 놓고,

호박 따는 대로 납작납작 썰어 햇볕에 쨍 말려 두었고,

늙은 호박 껍질 벗겨 죽 한 번 끓여 먹을 분량으로 봉비 봉지 담아 저장하고,

떫은 감은 곶감 만들려 껍질 벗겨 걸어 놓고,

연시 만들 것은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놓고,

배는 우리 먹을 것 서울 보낼 것 각기 상자에 담아 창고에 넣어 두고,

무 솎아 무더기로 나온 무청 우거지로 삶아 봉지 봉지 냉동실에 쟁여 놓고,

들깨 털어 들기름 짜 놓고,

햇볕에 쨍 말린 고추 빻아 벽장에 들여 놓고,

봄에 꽃 피울 수선화 튤립 구근 마당 군데군데 심어 놓고,

꽃마당을 상상하며 벌안개꽃, 흑종초, 숫잔대 씨앗 무더기 무더기 뿌려 놓고,

할미꽃은 흙 속에서 겨울 나라고 화분에서 마당으로 옮겨 심어주고,

햇콩, 햇팥, 햇밤 매일 돌아가며 밥에 얹어 먹고….

요새 나는 너무나 가진 것이 많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과하게 부자인 것이다. 한여름 땀 흘린 노고가 결실을 맺는 때이니 그 힘들던 기억은 벌써 잊고 모두모두 넉넉함만 남았다. 너른 들녘 여기저기 가을걷이 하느라 부산한 모습은 얼마나 보기 좋은지…. 누런 벼는 이제 거의 타작이 끝나가고 광희네 콩 터에서는 도리깨질 소리가 종일 음악처럼 들린다.

앞의 밭에서는 김씨 아줌마가 내일 장에 내갈 풋고추 따느라고 종일 허리 한 번 못 펴고, 옆의 밭 이성구씨네는 부부가 고구마 캐느라 아침부터 딱딱한 흙과 씨름하고 있다. 올해는 너무 가물어서 콩이고 고구마고 시원찮지만 그래도 밭 가운데 그득그득 쌓여 있는 콩이며 들깨며 고추 파…. 시골이 제일 넉넉한 때이다.

나는 아침부터 사다리 타고 올라가 감 따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다. 감나무는 해걸이를 하기 때문에 올해는 다섯 나무 중 두 나무에서만 수확이 있었다. 그래도 20킬로 상자로 일곱 상자나 가득 찼으니 실컷 먹고도 남을 양이라 평소 얻어먹기만 하던 이웃에게 한 소쿠리씩 나누어 주고 나니 기분도 최고다. 가을 수확에서 감은 다른 집에서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라 바빠서 손도 못 대고 넘어가는 집도 허다하다. 그러나 나는 농사를 많이 짓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감 따는 시간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무슨 걱정이랴.

이제 밭에 남아 있는 무 배추 알배기면 뽑아 김장 담고, 마늘 심어 짚 덮어주고, 배나무 잎 다 떨어지면 내년 더 좋은 수확을 위해 예쁘게 가지 쳐주는 일만 남았다.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이다. 내년이면 나도 더 농사꾼다운 농사꾼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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