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을 만나다 (6) 장상희 주원농원 공동대표

회계학을 전공하며 공인회계사(CPA)를 준비하던 재능 있는 도시 처녀가 과수원집 큰아들을 만나 배 농사꾼이 된 지 20년. 유기농 배 농장 ‘주원농원’을 남편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장상희(44)씨는 이제 나무와 느낌을 소통할 정도의 전문 농업인이 되었다.

“나무의 잎만 보고도 얘가 어디가 아픈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알아야 해요. 그래야 농사꾼이죠.”

대학에서 만난 남편 김경석씨는 아버지의 배 농사를 이어받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고 장상희씨는 결혼과 함께 미련 없이 도시생활을 접고 바로 ‘일 잘하는 새댁’이 되고 말았다. 주변에서는 얼굴 하얀 새댁이 힘들게 일하는 것을 안쓰러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힘든 줄 모르고 오히려 농사일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임신해서 배가 남산만 한데도 그 넓은 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서울 색시 일 잘한다’고 어른들 칭찬이 많았지만 전 그 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겨울에서 봄 사이 배나무를 하나하나 가지 쳐 주는 작업을 하는데 힘은 들지만 다 끝내놓고 보면 마치 아이들 이발시켜 놓은 것같이 얼마나 예쁘던지 지루한 줄 모르고 쳐다보곤 했죠.”

그러나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젊은 농군 부부의 관심은 오로지 유기농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는 어른들의 반대로 당장 실행할 수는 없었고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유기농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주고 제초제 안 하면서 농사지으려니까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었죠. 그렇다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나…. 남편하고 하나하나 몸으로 겪고 공부하면서 알아가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첫 해 생긴 문제를 경험으로 해결하면 다음 해엔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고….”

수십 년 동안 농약과 비료만 받아먹고 커온 나무와 땅이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끊으니 금단증세를 보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 5년간 장상희씨 부부가 매달린 것은 비료에 찌든 땅을 자연 상태로 돌려놓는 일과 농약이 아니면 맥을 못 추는 나무들을 농약 중독에서 저항력 강한 건강한 나무로 치유하는 밑작업이었다. 이렇게 소신으로 밀고온 우직한 농부의 고집은 이제 서서히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노하우도 축적되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주원농원’의 배나무 아래는 풀이 수북하다. 풀을 깎지 않는 것이다.

농원의 잡풀은 일부러 깎지 않는다.  해충이 풀에 모이니 나무를 보호하고, 새들이 그 해충을 먹기 위해 열매를 먹지 않으니 바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 농원의 잡풀은 일부러 깎지 않는다. 해충이 풀에 모이니 나무를 보호하고, 새들이 그 해충을 먹기 위해 열매를 먹지 않으니 바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농사꾼이 풀을 깎지 않는다고 하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풀도 그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풀이 나무 아래 우거져 있으면 진딧물이나 응애 같은 해충이 풀에서 머물고 나무로 올라가지 않아요. 또 새들도 과일보다는 풀에 있는 벌레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배나무 아래 풀 속에 벌레가 적당히 있으면 새들이 과일을 쪼지 않아요. 이렇게 자연을 그대로 놔두고 이용하는 것이 유기농의 기본이에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내도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헛수고가 되고 만다는 것을 지난해 쓰라린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터넷 유기농 판매 사이트와 생산량 전량을 계약했으나 과잉생산으로 배 값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값이 싼 일반 배로 몰려 유기농 배가 팔리지 않았다. 1500짝이 소비를 못하고 창고에 그대로 쌓였다. 소비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우선되어야 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장상희씨 부부는 요즘 주원농원을 유기농 교육 농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체험교육을 더욱 전문화하여 명실 공히 ‘유기농 교육의 메카’로 만들고자 야심 찬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이 유기농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 수요가 증대될 것이고 수요 증대는 유기농가를 증대시켜 생산량이 늘고 품질이 향상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거죠. 소비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농민들의 인식 전환이에요. 지금은 적정한 소득 보장이 되지 않으니까 유기농으로 전환을 꺼리지만 현재 전체 생산량의 0.2%에 불과한 유기농을 5%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전망은 밝다고 봐요.”

장상희씨 부부는 유기농가의 확대를 위해 소비자와 농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유기농가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의 변화도 촉구하는 등 유기농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기농 대중화의 첨병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주원농원은 이 같은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인프라는 이미 갖추고 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유기영농 기술은 확립되었고, 대학과 연구단체와의 유대관계를 확립하여 기술은 계속 발전해 가고 있다. 체험농원으로서의 환경도 매우 좋다. 이곳은 과수원뿐 아니라 논, 밭, 늪지, 산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고 도시 접근성도 좋다. 이제 농원을 리모델링하여 야생화 길과 같은 산책로와 쉼터를 만들고 교육장과 숙소도 제대로 만들어 유기농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이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배우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과수원을 블록화하여 배뿐만 아니라 사과, 복숭아, 감 등 다품종의 유실수를 심고 파종에서 수확까지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농장에 와서 체험을 한 분들은 왜 유기농을 해야 하고 유기농산물을 먹어야 하는지 인식이 확 바뀌어 돌아갑니다. 체험만큼 교육 효과가 확실한 것이 없어요.”

2만 평의 너른 배 밭을 돌보며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그는 웃음이 많았다. 언제나 능동적인 사고와 옳다고 믿는 것은 아무리 험난해도 기꺼이 웃으며 내딛는 장상희씨. 다시 배 밭으로 나서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유기농법은 자연생태 환경을 이용해 해충을 막는 동시에 과수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 유기농법은 자연생태 환경을 이용해 해충을 막는 동시에 과수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 프로필

장상희 공동대표   63년생/ 1987년부터 남편과 한께 주원농원 경영

주원농원   충남 아산시 둔포면 소재/ 약 2만 평 규모의 유기농 노지 배 과수원 및 유기농 체험 농원 운영/ 산학협력으로 단국대학교 유기농연구소 운영/ 한살림 생산자 소비자 회원, 2005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전환기유기농산물 인증 취득

● 후배 여성농업인에게

‘유기농은 비싸니까 가격을 높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무조건 실패다. 유기농은 3~5년은 소득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소신과 유기농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이 서기 전에는 시작하지 말라. 유기농은 신념을 넘어 종교가 될 정도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생산만큼 중요한 것이 판로다. 일을 시작하기 전 판매에 대한 확실한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 장상희 대표의 성공전략

1. 나무와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가져라  

끊임없는 정성과 보살핌으로 나무와 느낌을 소통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2. 산학 협력망을 만들어 늘 연구하고 공부해라

유기농은 미생물을 이용하고 자연의 법칙을 이해해야 하는 첨단과학이다. 전문 연구자에게 도움을 받고 배워야 한다.

3. 유기농을 경영하는 사람들과 연대를 가져라

전국에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4.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세워라

유기농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한다. 농장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등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소비자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기농산물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전체 유기농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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