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여성이 희망(상) 한국여성 유권자의 정치이념 분석과 전망

왜 정치이념 성향이 중요한가?

한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면 그 사회 구성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 이념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치 이념은 그 사회 구성원들이 바라는 정치의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진보는 변화를, 보수는 안정을 지향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97년 대선부터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2006년 지방선거까지 선거 때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이념 지형은 진보-보수층이 동반 하락하면서 중도층이 두터워지는 이른바 ‘이념적 정규 분포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녀 간 차이도 나타나는데, 첫째 여성보다 남성에서 진보층의 비율이 높고, 둘째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약간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며, 셋째 이념적 중도화 현상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 유권자의 연령대별 이념 성향을 분석해보면, 20~30대 젊은 세대는 진보 성향을 보이는 반면, 40~50대 기성세대는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연령에 따라 의식과 행동에서 차이를 수반하는 연령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령 효과가 과연 한국 여성 유권자층에서 어느 정도 존재하는가?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여성 유권자들의 연령대별 이념성향 차이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20대 여성…중도 강세

20대 여성 유권자들에서 발견된 두드러진 특징은 진보층과 보수층의 동반 하락 현상이다.

진보층은 97년 대선에서 57.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지만, 그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하락 추세가 멈추고 약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수층은 97년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10%대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중도층의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97년 대선에서 중도층의 비율은 16.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지만,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그 비율이 56.0%로 무려 39.8%포인트 상승하면서 높은 수준이 되었다.

20대 연령층에서 이렇게 중도층이 급상승하는 주된 이유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향유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20대는 물질주의보다는 오히려 탈물질주의적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수구 보수에 맞서서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노무현 정부 출범에 기여했지만, 그 이후 진보와 보수 간 이념적 대립에 대한 피로감을 강하게 느끼면서 탈이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0대 여성…진보 하락

30대 여성층에서 발견된 주요한 이념적 성향 변화의 특징은 진보층의 급락이다.

20대와는 달리 30대에서는 진보층의 비율이 97년 대선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급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진보 비율이 급락한 주된 이유는 진보가 내세우는 변화와 개혁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데 대한 저항으로 추론된다. 여기에 참여정부 출범 이후 386세대를 정점으로 한 진보세력의 무능과 오만함이 이들 세력에 가장 우호적이었던 30대가 등을 돌리게 된 또 다른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30대 여성 보수층의 비율은 97년 대선 이후 급락했다가 절대적인 수준에서는 아직 그 비율이 낮지만 완만하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중도층은 전체 추세에 맞게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40대 여성…보수 하락

40대 여성층에서 발견된 이념적 성향 변화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항은 보수층의 급락이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40대 여성 보수층의 비율은 62.4%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볼 때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보수층의 비율은 97년 대선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18.6%까지 급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보세력에 대한 불만과 지지가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보수층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한국 40대 여성층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하락 폭이 진보보다 보수층에서 월등하게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사회의 중심 세대인 40대에서 보수의 비율이 급락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중년 세대의 보수층에 대한 심판이다. 역으로 말하면, 한국 40대 여성층에서 실질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 줄 근거로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다. 40대층에서 남성보다 여성에서 진보층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 변화는 20~30대 젊은 여성이 아니라 40대 중년층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50대 이상 여성…보수 강세

50대 여성층에서 발견된 가장 주목할 만한 이념적 성향 변화는 보수층의 급상승이다. 다른 연령대와 달리 50대 이상 여성층에서는 2002년 대선 이후 보수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그 규모가 46.3%까지 상승하면서 97년 수준(51.5%)에 육박하고 있다.

50대 여성층에서 보수의 비율이 급상승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진보에 대한 대반격 때문이다. 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진보세력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쌓아 놓은 기반을 조직적으로 붕괴시키고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이들 50대 여성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작전통제권 환수, 북한 미사일 및 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진보-보수 갈등의 최전선에 50대 이상의 고 연령층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보수 결집의 주된 이유 중의 하나로 판단할 수 있다.

보수·진보 초월한 ‘여성연대’로  

요약하면, ‘20대 중도 강화, 30대 진보 하락, 40대 보수 하락, 50대 이상 보수 상승’으로 집약할 수 있다. 여성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계 인사와 여성 지식인들은 이러한 연령대별 이념 변화가 향후 한국 여성 정치 발전과 정치 참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깊이 연구·고찰해서 그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40대 연령층에서 보수 비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오히려 보수층이 급증하는 이른바 ‘기성세대 여성의 보수 양분화’ 현상이 향후 여성의 삶의 질 제고와 양성평등 실현 등에 어떤 부수 효과(side effect)를 가져올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불어 50대 이상 고연령층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도강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변화의 내용과 속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북한 핵 실험 이후 보수 결집의 강도가 강화되고 있고 동시에 안보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중도층의 방향성이 어떻게 변화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 핵 실험 이전 2006년 지방선거까지 한국 중도층의 성향은 ‘안정을 지향하는 보수’보다는 ‘변화와 개혁의 진보’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실험과 유엔 안보리의 공식적인 대북 제재 조치 채택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변화’보다는 ‘안정’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로 인해 여성계가 줄기차게 추진해 오고 있는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 삶의 질 제고’라는 목표 실천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여성계는 안보 상황 변경에 휩싸여 보수와 진보로 갈라지고 대립하고 갈등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결코 양도할 수 없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cialis coupon free prescriptions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