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와슨과 프랜시스 크릭에 의해 DNA 이중나선구조가 규명된 1953년 이후 유전자에 관한 연구는 DNA가 그 주된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DNA의 그늘에 가려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RNA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크레이그 C 멜로와 앤드루 Z 파이어 교수도 RNA의 간섭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
인간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용은 단백질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모든 정보는 인체를 이루는 세포의 핵 안에 있는 염색체에 DNA의 형태로 보관되어 있다. 필요에 따라 단백질을 만들라는 생체신호가 전달되면 만들어야 하는 단백질 정보가 있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갈라진다. 이 부분에 짝을 이루는 전령RNA(mes
senger RNA: mRNA)가 결합하여 사슬을 만들고 이 RNA조각을 리보솜에서 해석하여 아미노산 사슬을 만든다.
이 아미노산 사슬이 리보솜에서 떨어져 나오면 구조가 변형되어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된다. 핵 바깥으로 이동할 수 없는 DNA를 대신해서 여러 형태의 RNA가 유전정보를 핵 밖으로 전달하여 세포질 내에서 단백질의 합성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포는 분열하고 성장하며 생명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세포에서 RNA를 추출하여 특정 효소와 섞으면 RNA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RNA조각을 다른 세포에 주입하면 이 RNA조각은 특정한 전령RNA에만 결합하게 된다. 이렇게 결합된 전령RNA는 단백질 생성정보를 리보솜에 전달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전령RNA에 의해 발현되던 유전자는 발현되지 않게 된다. 이것을 RNA간섭(RNA interference: RNAi)이라고 한다.
RNA간섭현상은 암과 유전질환 등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과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정 질병의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RNA간섭을 이용해 억제함으로써 유전자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생명공학분야에서 중요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RNA간섭을 일으키는 RNA조각이 모든 유전자의 단백질 발현을 억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의 발현만을 억제하기 때문에 유전병, 암, 바이러스질환 등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데 선택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는 또한 식물유전자 기능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어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도 응용할 수 있다.
거대한 크기로 핵 속에 존재하며 아직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DNA를 대상으로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보다는 핵 밖의 RNA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간편하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