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맺으면서…‘부부농사’ 잘 돼야 ‘가족농사’도 잘 된다

ME(Marriage Encounter) 교육은 2박3일 주말 집중프로그램 이후에 6번에 걸친 소그룹 모임을 하도록 한다. 부부 대여섯 쌍이 한 그룹이 되어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편지 쓰기와 대화법을 복습하고, 1주일 동안의 실천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늘 북새통처럼 바쁜 중에도 이 시간을 기다리고, 지각을 할망정 그와 함께 열심히 참석했다. 첫 모임에서 그는 ‘아침밥 먹기’ 주제의 편지를 공개했는데 많은 남자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 10년 동안 아침식사를 잘 챙겨먹지 못했습니다. 아침식사 여부가 하루 컨디션을 크게 좌우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동안 혼자 챙겨 먹는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결혼한 것이 아침을 먹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아침에 눈을 떠 당신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 문제도 해결된다고 보았습니다. 전업주부도 아닌 당신으로선 매우 부담스럽고 무리가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아침을 먹고 싶습니다. 당신한테 크게 무리가 안 되는 선에서 부탁하는 것임을 이해 바랍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침식사를 거르던 나도 그 덕분에 잘 챙겨 먹게 되었다. 급할 때는 삶은 고구마나 달걀 프라이도 해서 먹는다. 다만 1주일에 절반밖에 같이 식사할 기회가 되지 않지만 그는 내 성의에 충분히 기꺼워한다.

특별한 상담과 교육과 모임을 했다고 부부농사가 그냥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끊임없이 잡초도 뽑고 거름도 주고 관심이 계속 되어야 한다. 농사를 게을리 하면 수확은 적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여기에도 진리다. 부부농사가 잘 되면 가족농사도 잘 된다.

재혼 후 지난 6개월간 우리 새 가족 사이에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미묘하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간 배운 걸 열심히 활용한 덕분에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2년은 지나야 복합가족이 제대로 자리매김 된다는 상담자의 말을 생각하면 훨씬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너무 서둘러 기대하거나 인정받으려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혼자 살 때도 아침 명상을 했지만 재혼 후에는 더 자주 명상시간을 갖는다. 깊은 호흡 중에 그와 나를 중심으로 우리 복합가족이 서로 손잡고 둥글게 원을 그린 모습을 상상한다.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주고 안아주고 잘되길 기원한다.

결혼 후 첫 번째 맞이하는 내 생일날, 오랜만에 그가 편지를 썼다.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나와 인연이 되어 세상을 함께 하라고 당신은 태어났습니다. 내겐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바쁜 일정도 열정을 갖고 소화해내느라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쉬지도 말되 무리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함께 하는 지역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동지들을 집들이 겸 초대해 식사를 하고 부녀회장 등 아파트 주민들을 함께 만나며 인사하고 지역신문 기자들과의 저녁 술자리도 함께 했다. 수백 명 지역인사들이 참여한 며칠간의 시찰여행에도, 부평 문화원의 조찬 강연회도, 60주년 광복절 행사도 같이 참석했다. 부부 또는 각자 국회의원과 기업인 내지 민주평통 상임위원 자격으로. 혼자 하는 활동도 괜찮지만 둘이 함께 하는 활동은 더욱 괜찮다. 혼자보다는 둘의 팔로 품는 것이 세상을 더 넓게 안는다. 한부모 가족도 괜찮지만 복합가족도 좋다. 가족이 많은 만큼 힘도 더 되고 웃을 일도 더 많다.

우리의 ‘재혼일기’가 이혼과 재혼 등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좀 더 따뜻하게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그런 시선 때문에 가슴앓이 해온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새로운 가족을 꾸리려는 이들에게 안내판 같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침 이번 정기 국회에서는 가족에 관한 많은 법들이 발의되어 개정 또는 제정될 예정이다.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가족정책기본법’, 외국인과 결혼한 가족을 위한 “다문화 가족 지원법”, 내가 발의한 한부모 가족을 위한 “한부모 가족 자립지원법” 등이 그것이다. 이 법들의 진정한 실현으로 모든 가정과 가족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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