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편 마지막회

지금까지 미국의 38명의 퍼스트레이디 중 대표적인 9명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새로운 대통령 부인상을 제시한 엘리너 루스벨트, 남편보다 인기가 높은 로라 부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 직업난에 ‘퍼스트레이디’라고 쓰면서 점성술가의 조언을 받아 남편의 일정을 잡았던 낸시 레이건, 존 F 케네디로 하여금 “나는 재클린 케네디의 파리 여행에 동행했던 남자”라고 외치게 했던 재클린 케네디.

또 재선을 노린 포드 대통령의 선거구호를 “베티의 남편을 대통령으로”라고 만들었던 베티 포드, 병상의 남편을 대신해 국정을 주물렀던 에디스 윌슨, 남편의 애인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남편의 명조언자 역할을 한 레이디 버드 존슨, ‘여자 대통령(Mrs. President)’이라고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로절린 카터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는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을 그려보았다.

이밖에도 2대 퍼스트레이디 아비게일 애덤스는 남편인 존 애덤스 대통령이 헌법을 기초하는 동안 여성의 권한도 포함시키라고 로비를 한 퍼스트레이디였다. 그녀는 18세기라는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생활, 자기주장, 그리고 정치활동을 통해 역할 모델로서 최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가 만일 21세기에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면, 그녀는 텔레비전 토크쇼나 라디오 토크쇼의 단골 초대 손님이 되었을 것이다. 

4대 퍼스트레이디인 돌리 매디슨은 1814년 영국군의 침공 당시, 백악관에서 헌법과 독립선언서, 내각의 많은 기밀문서들, 그리고 조지 워싱턴의 초상 등 가격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기본 자료들을 챙겨서 백악관이 불타기 일보 직전에 탈출했다. 돌리 매디슨의 이 용감한 행동은 미국의 귀중한 예술품과 국보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칭송을 받고 있다.

미국 시에나대학 조사연구소는 82년과 93년, 2003년 3차례에 걸쳐 미국 역대 퍼스트레이디를 평가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엘리너 루스벨트, 아비게일 애덤스, 재클린 케네디, 힐러리 클린턴 등이 훌륭한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반면 링컨 대통령의 부인 메리 링컨은 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링컨과 달리 최하위 평가를 받고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 부부는 아내도, 남편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부부로 미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워런 하딩 대통령은 부부 모두 최하위의 평가를 받는 ‘끔찍한’ 부부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자리는 선출직도, 임명직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로절린 카터 여사의 ‘재임’ 기간인 78년 대통령 부인이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 정부 예산과 인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어쨌건, 미국에서 당선되기만 하면 대통령 부부는 순식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대통령 만세’가 울려 퍼지고, 아침에 침실에서 일어나면 워싱턴 기념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통령 집무실은 ‘오벌 오피스’고, 전용기는 ‘에어 포스원’이다.

퍼스트레이디 또한 원하건 원하지 않건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때론 퍼스트레이디의 행동과 역할에 따라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 더 나아가 미국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녀의 관심도에 따라, 여성의 내각 참여 비율과 참정권, 낙태에 관한 권리 등 양성평등 지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미국 국민들은 퍼스트레이디가 남편의 정치적 내조자로서 영향력을 갖는 것은 용인하지만, 독자적인 정치적 역할이나 공직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반감을 갖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노력이 심한 반발에 부딪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로라 부시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 모델을 ‘안티-힐러리’로 잡은 것도 이런 연유다.

어떤 퍼스트레이디가 바람직한 유형인가? 이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다. 거의 모든 유형이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배우자인 대통령의 개성에 따라 바람직한 유형도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퍼스트레이디의 성공 여부는 동시대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만약 여성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남편의 역할은 어떻게 규정될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명숙 첫 여성 총리의 등장 이후 그 배우자인 박성준 교수의 역할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언젠가 여성이 대통령이 되고, 만일 그녀가 독신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남편을 무엇이라 부르며, 그 남편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해야 될까, 분명한 것은 그 남편이 백악관이나 청와대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일에만 매달리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여성 대통령 남편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역설적으로 대통령 부인의 역할을 규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미국 시에나대학은 2005, 2006년 잇달아 첫 여성 대통령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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