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진 찍는 즐거움

‘이 아름다운 순간 나의 시선을 저장해 둘 수 있다니….’ 왼쪽 손에 가볍게 잡혀있는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나는 행복했다. 눈앞에 들어온 전시장이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데,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박물관의 열린 서비스까지 겹치니 감동이었다.

지난 토요일 동숭동 쇳대박물관의 특별전시 ‘대장간전’을 구경했다. 멋진 녹슨 색 철물 건물 3층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발이 얼어붙는 듯했다. 전시품에 다가가기도 전에 전시장 풍경이 깜짝 내 마음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한 폭의 모던 아트. ‘작품’ 같았다.

“이건 전시장 연출 자체가 구경거리다.” 혼자 흥분해서 중얼거렸다. 좋은 걸 구경하게 된 기쁨과 특히 묘하게도 나는 이 순간을 사진 찍는 행위가 더없이 좋아 행복감을 맛보게 된 것이다. “요즘 세상 좋아졌다” 말할 때  나는 사진 찍기 유행도 보태고 싶다. 시대의 좋은 변화, 어디 가서 카메라 꺼내 사진 찍는 일이 무슨 천박한 관광객 취급 받던 시절은 사라지고 누구나 맘대로 휴대전화며 디카를 들이대는 세계적인 유행. 모든 사람이 기자처럼 언제 어디서 아무 것에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취재’하는 자가(自家) 미디어 시대를 실감한다. 식당에서 내 앞의 음식을 찍어도 창피하지 않고 실례가 되지 않는 자기 기록의 시대가 나는 참 좋다.

쇳대박물관의 ‘대장간전’ 구경에선 ‘사진촬영 가능함’이라는 이 박물관의 남다른 관용 매너가 정말 고맙게 새겨졌다. 이 순간의 감격을 ‘찍어’ 둘 수 있다는 안정감. 집에 가서 컴퓨터 화면에서 더 자세하게 감상하고 또 두고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는 든든함이 더욱 작품 감상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에겐 너무나도 생소했던 대장간 도구들이 이곳의 세련된 전시를 통해 엄청난 디자인 작품으로 보였기에 더 자세히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급했다. 화로에 꽂아두고 숯불 옮기는 데 썼다는 작은 삽(그 이름이 ‘부손’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의 저마다 다른 모양, 꽃 조각 같은 쇠장식이 바로 못의 머리(광두정)였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옛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매일 썼던 대장간 물건들인데 그러나 나는 이들 ‘부손’이며 ‘광두정’ ‘들쇠’(대청마루 문을 올려 다는 고리), 종가래(끈 달리지 않은 가래) 등 낯선 이름 도구들에서 우리의 절묘한 생활미학을 보는 듯했다. 파격의 단순함, 디자인을 아름답게 느꼈다.

그것은 아무래도 전시회 팸플릿 설명처럼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 해놓은 쇳대박물관의 수준 높은 솜씨가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격을 살려놓은 세련된 전시를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이 특히 기분 좋았다. 사진을 찍어 이렇게 남들과 흐뭇함을 함께 나누는 일도 더없이 좋다.

우리 옛 생활도구들을 보여주는 쇳대박물관의 ‘대장간전’. 전시 연출이 멋져 전시장 자체도 하나의 작품처럼 구경할 만하다.
▲ 우리 옛 생활도구들을 보여주는 쇳대박물관의 ‘대장간전’. 전시 연출이 멋져 전시장 자체도 하나의 작품처럼 구경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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