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뺀 ‘비전 2030’ 빛좋은 개살구…여성없이 점프 못한다

25년 후에도 여성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030년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 달성을 목표로 복지투자 확대를 골자로 한 ‘비전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을 발표했지만, 여성가족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여성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아예 ‘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2030’이 제시한 미래 여성의 삶은 ‘출산·육아 걱정 없이 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50.1% 수준인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을 2030년까지 65%로 확대하고, 육아서비스 수혜율을 47%에서 74%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25년 후 남녀차별 정도를 나타내는 여성권한척도는 현 59위(총 80개국)에서 20위로 껑충 올라설 전망이다.

하지만 ‘숫자’의 변화가 곧 ‘삶의 질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65%로 증가돼도 고질적인 여성 비정규직 문제와 여성농민, 여성빈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여성권한척도의 상승 역시 여성 국회의원 숫자와 전문직 여성의 증가만 신경 쓰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여성 관련 핵심 실천과제도 ▲산전후 휴가급여, 육아휴직수당 지급 ▲직장보육시설 확대 ▲직장 내 양성평등문화 정착 등 현재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붕어빵’처럼 똑같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문제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비전2030’에 따르면,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남미의 경우 여성의 비정규직화와 실업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이유로 여성의 보건휴가 규정 등 근로기준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의 고용환경은 더욱 바닥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비전2030’에 대해 여성계가 재원 마련과 지속 추진만을 지적한 것에 대해 “여성단체에 여성이 없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전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은 시민의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비전2030에 대한 여성단체의 첫 반응은 격렬한 성토였어야 했다”며 “취업 여성의 70%를 차지하는 비정규 여성들이 아직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단체가 근로기준법마저 없애려는 비전에 환영한 꼴”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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