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꽃씨봉투 받는 기쁨, 꽃얼음 건네는 기쁨

“풀각시님, 안녕하세요?”

오늘 또 우체부 아저씨가 꽃씨 든 봉투를 건넨다.

시골살림을 시작하면서 꽃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그곳에서 온갖 아름다운 꽃을 보고 배우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데 이렇게 씨앗 넉넉한 분들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정성 가득 담아 나누어 주니 세상에 이리 인심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금낭화, 벌안개, 패랭이, 매발톱, 할미꽃, 채송화, 봉숭아, 애기달맞이, 흑종초, 큰점나도나물 등. 다람쥐 도토리 묻어 놓듯 봉지 봉지 모아 놓은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이 씨앗이 싹터 뜰을 가득 메울 오는 봄을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뛰는지. 억만금을 가진 사람이 부럽지 않다. 대문 앞에 심을까, 현관 앞에 심을까, 무더기로 심을까, 흩어지게 심을까…. 온갖 야생화 흐드러질 꽃 마당을 상상하며 행복에 겨워 한나절을 보내곤 한다.

이상하다. 씨앗 보내준 분에게 고맙다고 쪽지라도 남기면 오히려 그 분들이 더 행복해 하신다. 나누어 주며 행복해 하시는 분들. 아마도 너른 들 보며 살면 마음도 넓어지는 것 같다.

나 역시 시골로 내려와 살면서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즐겁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 맞다. 내가 터득한 것은 ‘나로 인해 누군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 큰 즐거움이 없다’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매일매일 즐겁게 살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김씨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할 궁리를 한다.

“아저씨, 잠깐… 날 더운데 시원한 물 한 잔 드릴게요.”

돌아서는 우체부 아저씨를 세우고 뛰어 들어가 물 한 잔 갖다 건네니 물 잔 들여다 본 아저씨는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 번진다.

“아니… 세상에… 첨 보네요. 와…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마셔… 개나리가 폈네.”

아저씨가 감탄하는 이유는 물 잔 속 얼음 때문이다. 그건 그냥 얼음이 아닌 꽃얼음이었다. 초봄에 개나리 제비꽃을 따서 냉장고 얼음 케이스 구멍구멍에 하나씩 담아 얼려 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봄이 그대로 얼음 속에 갇혀 언제라도 음료수 잔에 띄우면 잔 안에서 다시 꽃이 피어나듯 예쁘다. 꽃 얼음은 “어느 더운 날, 우체부 아저씨 물 잔에 띄워 드려야지.” 생각하고 지난 봄 준비한 것이었다. 나의 돈 한 푼 안 든 서비스로 아저씨는 즐거운 기억 하나 갖게 되었고, 아저씨 즐거워하는 얼굴 보며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아니 봄부터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마도 씨앗 나누어주는 얼굴 모르는 분들도 이와 비슷한 마음에서 그 많은 정성과 시간을 기꺼이 내놓는 것일 게다.

나누면 행복하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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