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뒷걸음질 치고 나라 뒤숭숭한데 웬 출산율 올리기 작전

지난주 재정경제부가 한 자녀만을 둔 맞벌이 부부나 독신자들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대신 자녀가 많은 가정의 세 부담은 줄인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2005년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0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상황을 70년의 평균 4.53명의 출산율과 비교해 보면 불과 30여 년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구호가 채 한 세대가 지나가기도 전에 ‘많이 낳아야 애국이다’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세금이라는 압박수단으로 출산율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금 압박’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는 불가능하다. 이미 그러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탈리아나 독일 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본질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출산의 문제가 법이나 제도를 통해 강제한다고 해결될 차원의 문제던가? 물론 약간의 경미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녀를 낳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출산과 양육의 문제가 세금을 빌미로 종주먹을 들이댄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쯤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녀를 많이 낳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많이 지적된 턱없이 부족한 탁아시설이나 또는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교육비의 문제는 당연히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 것일까?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을 한번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60년 넘게 남북으로 나뉜 분단의 현실이 무색할 만큼 사회 곳곳에서 사안마다 첨예하게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묵은 좌우 논쟁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더욱 극명하게 나뉘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일터에서는 기업가와 노동자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이질감과 적대감이 날로 팽배해가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분열과 갈등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조장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갈 만큼 사안마다 극과 극으로 나뉘어 충돌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게다가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이 계속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아니 다른 나라의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며 우리 경제를 추월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2003년 세계 10위였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04년 인도에 밀려 11위로, 2005년에는 브라질에 밀려 12위로 두 단계 하락했다. 그러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상황은 지수의 하락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대학 졸업자 40%가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백수로 남아 있는 현실이고 그나마 직장을 찾은 젊은이의 둘 중 하나는 비정규직 근로자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저조한 출산율 사이에는 과연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일까? 당장 내 한 몸 지탱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 어느 누가 자녀를, 그것도 여러 명 낳아 기르겠는가? 게다가 눈만 뜨면 곳곳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대결 양상에, 문제가 터질 때마다 서로 책임공방에 급급한 세태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겠는가? 정말 좋은 경치나 음식을 마주 대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원하듯 살맛 나는 세상이라면 세금으로 위협하지 않아도 아이들 여럿 낳아 행복한 세상을 만끽하며 살게 하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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