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과학수사대

‘CSI 과학수사대’의 CSI는 ‘범죄현장조사(Crime Scene Investigation)’의 머리글자로 시체 부검이 전공인 법의학자 수사팀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다. 이들은 대체로 미궁에 빠져 있는 사건들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투입된다. 의학 드라마(‘ER’)의 전문성과 각종 살인사건의 엽기성이 농축돼 있는 데다 팀원 개인의 휴먼 드라마와 로맨스까지 적절히 배합돼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있는 현장에서  유전자 분석이 가능한 증거를 가장 먼저 찾는다. 유전자 분석이란 9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멀리스(Kary B Mullis)가 발명한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Polymer chain reaction) 기법을 기초로 한다. PCR 기법이란 특정 부위의 DNA를 복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제공된 시료를 20회 반복하여 복제하면 약 100만 배까지 늘릴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늘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겨우 3시간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방법이 가능한 것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통해 유전자가 자식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유전자의 절반은 어머니로부터 오고 나머지 절반은 아버지로부터 온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는 유전자는 수백만의 가능한 조합이 있지만 형제자매가 다른 사람보다 서로 닮는 이유는 동일한 부모로부터 동일한 특성의 유전자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받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는 그 절반인 23개의 염색체만 갖고 있어서 자식을 만들려면 서로 다른 남녀의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서 46개의 염색체가 되어야 한다.

46개의 염색체가 그 절반인 23개로 나뉘는 과정은 단순하게 무를 칼로 자르듯이 잘라지는 것이 아니라 교차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머니에게서 온 염색체와 아버지에게서 온 염색체 위에 있는 약 10만 개의 유전자가 쌍을 이루면서 무작위로 섞이는 것이다. 이것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부모로부터 223×23 즉, 약 70조 명의 자식이 태어나더라도 똑같은 유전자를 가질 경우가 없다. 한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식의 경우에도 이와 같이 달라지는데 부모가 다른 경우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각국 수사진은 각종 범죄 현장에서 머리카락, 혈액, 담배꽁초에 묻은 타액 등을 통해 범인 DNA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만약 범인이 DNA 지문 감식이 가능한 몇 올의 머리카락, 혈액, 정액, 타액, 오줌 혹은 다른 조직들을 남겨 놓았다면 그들이 누구인지를 밝혀낼 수 있다. 이는 길가에 함부로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린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미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막아 범인을 철저하게 검거하기 위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음에도 수배 중인 범인의 별명이나 신체적 특징 등을 곁들여 ‘홍길동’ ‘아무개’식으로 기소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상당 세월이 지나더라도 증거가 수집되면 범인을 찾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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