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 & 뭉크 : 남자와 여자’전

19세기 말 벨기에의 풍자화가 펠리시앙 롭스(1833∼1898)와 20세기 초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판화전 ‘롭스 & 뭉크: 남자와 여자’전이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 덕수궁미술관에서 시작돼 연일 관객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롭스의 판화 61점과 뭉크의 판화 37점 등 총 98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남자와 여자’라는 전시 제목은 19세기 말 여성들을 바라본 서구 남성 작가들의 시선을 의미하며 이는 ‘팜므파탈’이라는 공통된 이미지로 나타난다.

전시장 앞에서 우선 두 장의 그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눈을 가린 나체의 여성이 돼지에 끌려가는 모습을 그린 롭스의 ‘창부정치가’와 가슴을 풀어헤친 채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여성이 검은 그림자에 묻혀 있는 뭉크의 ‘마돈나’다. 전시장 안에도 기괴한 모습의 여성을 그린 그림이 벽면에 가득하다. 그림들 속에서 보이는 여성에 대한 공포와 경멸의 이중적인 시각이 관람객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여성을 ‘악녀’로 상징해 표현했을까.

뭉크, 여성은 ‘마돈나’ 혹은 ‘흡혈귀’

뭉크는 우울한 성격의 아버지 밑에서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머니와 두 살 위 누이를 여의면서 줄곧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휩싸였다. 이러한 불행한 기억들과 자신의 병적인 상태는 오히려 그의 수많은 걸작들을 생산해내는 데 밑바탕이 됐다. 폐결핵을 앓으면서 죽음을 예견하고 있던 병든 누이의 모습은 ‘병든 아이’ 등 많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다뤄졌다.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첫사랑에게마저 배신당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그에게 있어 여성은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존재였다. ‘마돈나’에서 무아지경에 빠진 모습으로 머리를 뒤로 젖히고 사랑을 만끽하는 여성의 모습은 순종적인 여자다움에 대한 환상을, 주위를 둘러싼 검은 펜 터치는 죽음의 공포를 암시한다. 고개 숙인 남자의 목을 물고 있는 여성을 그린 ‘흡혈귀’에선 뭉크는 자신을 여성에게 희생당하는 제물로 그리며 여성에 대한 그의 증오심을 표현한다. ‘사춘기’는 양팔을 모아 무릎에 올려놓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를 그린 그림. 텅 빈 방 안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는 사춘기 소녀의 불안 심리를 표현한다.

뭉크의 ‘마돈나’.
▲ 뭉크의 ‘마돈나’.
리도그래프, 1895/1902
▲ 리도그래프, 1895/1902
롭스, ‘여신’과 ‘매춘부’로 사회 풍자

롭스는 세상을 풍자하는 수단으로 여성의 이미지를 이용했다.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말은 여성해방운동과 더불어 모더니즘에 대한 담론과 다양한 사상이 지배하던 시대. 롭스는 매춘과 광기에 지배당하는 부르주아 계층의 이중적인 삶을 조롱했고 보들레르의 ‘악의 꽃’ 삽화를 그리는 등 당대 대문호들과 교류를 하면서 상징주의와 악마주의에 심취했다.

그의 대표작 ‘창부정치가’ 속의 여성은 그리스신화 속 여신과 매춘부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화려한 모자와 스타킹, 신발 등 장신구는 벗은 몸을 강조한다. 여성이 딛고 선 발밑의 돌에 새겨진 현학적인 문구는 현대적인 여성을 조롱하는 의미.

‘꼭두각시를 든 부인’은 칼을 숨긴 채 꼭두각시를 높이 쳐들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여성이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악마적인 존재임을 상징한다. ‘악녀들’ 연작 속에서 음란하고 관능적인 여성이 껴안고 있는 스핑크스는 여자의 얼굴과 가슴, 호랑이의 발톱을 지니고 있어 여성에 대한 그의 공포심을 표현한다.

롭스와 뭉크는 개인적인 배경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세기말적 시대에 활동하며 여성을 악녀의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여성을 보는 서구 남성들의 시각은 전통적으로 ‘성녀와 악녀’의 이분법으로 왜곡돼 있었다”면서 “19세기 말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남성들이 악녀의 이미지인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해석했다. 또한 “이는 롭스와 뭉크뿐 아니라 클림트 등 당대 여러 화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주제”라고 덧붙였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