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동성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 처음에는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지도 난감했어요. 그게 과연 성폭력일까 1년을 고민했고, 그 이후에야 저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그 친구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는데, ‘사랑의 표현’이었다고 하더군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말하고 싶어요. ‘당신에겐 사랑의 표현일지 모르는 일이 다른 사람에겐 죽음도 생각하게 만들만큼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생존자 A씨)

성폭력 경험자로 나서기 힘든 현실에서 이들의 경험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자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성폭력상담소(소장 이미경) 주최로 열린 제4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바로 그것. 12일 성균관대 대운동장에서는 2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성폭력으로 범주화될 수 있는 온갖 경험에 대해 지지와 격려를 나눴다.

지난 대회와 달리 폐쇄된 공간이 아닌 ‘운동장’이라는 공개적인 장소를 택한 점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말하기·듣기 참가자를 구분하지 않고 각자 앉은 자리에서 건네받은 마이크를 통해 누구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 성폭력에 대한 공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학교 강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생존자 B씨는 자신 외에 4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왜 말하고 싶지 않은지 그녀들을 누구보다도 이해하지만, 자신만 상처받고 그대로 덮어버리는 그녀들을 볼 때 너무 슬퍼요. 당당히 자기 경험을 드러냈으면 해요.”

참가자들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생존자의 경험에 대해 함께 귀 기울이며 치유의 장을 함께 만들어 갔다. 특히 전 대회의 참가자들은 말하기 대회를 통해 실제로 많은 힘을 얻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성기 삽입만을 성폭력으로 간주하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다는 생존자 C씨는 “가슴 만지는 정도는 성폭력으로 생각도 않는다”며 “가해자인 오빠를 더 감싸며 아예 입 밖으로 그 일 자체를 꺼내지 말라는 부모님 때문에 더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행사에 앞서 대학로 일대에서는 참가자들이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에게 향한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행사장에서는 폭력 반대 메시지를 티셔츠에 적어 빨랫줄에 매다는 일명 ‘빨랫줄 프로젝트’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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