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국무총리가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국무총리 역할의 중요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명숙 총리를 향해, 이해찬 전 총리에 비해서 자기 색깔이 분명하지 못하고, 정국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한 총리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연결되어 ‘얼굴 마담’이라는 구시대적 표현이 유통되기도 했다.

‘얼굴마담’은 유엔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성차별 용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본래 맡겨진 업무를 하지 않은 채 무임승차하는 장식적인 인물을 뜻한다. 얼굴마담에게는 성과도 없고, 공적도 없으며 따라서 실권도 없다.

기성 언론에서 습관적으로 별 생각 없이 ‘얼굴마담’이란 용어를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그  뒤에는 이런 중요한 정치적 함의가 들어 있다. 한 총리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굳이 ‘얼굴마담’이란 말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나타낸 것도 언어에 내포된 정치적 함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취임 100일을 넘긴 한명숙 총리에게는 한층 더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남은 시점에서 조기 레임덕으로 정국이 술렁인다. 정권의 조기 레임덕은 국가적으로나 국민에게 너무나 큰 불행이므로 가장 우선적으로 막아야 할 국정 현안이다. 이 때에 국무총리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권 막바지에 이를수록 청와대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국민과 정부, 야당과 여당, 당과 청와대를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통해 조기 레임덕 방지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 총리에게 큰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권력 독점을 반대하고 분권을 강조해온 노무현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실세’형 총리를 지원해 왔다. 분권형 대통령이 효율적인 정치 실험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한 총리에게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한다. 중요한 인사정책도 헌법 87조에 보장된 국무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사용하여 총리의 제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자폐’ 정국과 조기 레임덕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가장 믿을 만한 해법은 한명숙 총리를 더 강력한 총리로 만드는 것이다. 신뢰받는 구원투수 한명숙 총리가 사명감과 자신감을 갖고 더욱 당당하게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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