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여성의장 5명·광역 여성부의장 3명 등 ‘풍년’
“다른 당 표 얻어 당선되면 제명?” 아직도 갈 길 멀다

지방의회에 여성정치 바람이 거세다. 20일 현재 원 구성을 마친 지방의회는 기초의회 여성의장 5명, 광역의회 여성 부의장 3명, 상임·특별위원장 8명 등 여성 의원 ‘풍년’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여성계 안팎에서는 “이제야말로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인 ‘생활정치’가 제 기능을 하게 됐다”며 지방의회 여성정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도내 최초로 여성 부의장 타이틀을 거머쥔 강지연(62·한나라당·재선) 경남도의회 부의장은 “지난 의회 때 운영위원장 활동을 한 것이 이번 부의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단언했다. 당시 사무처 직원의 인사상 불이익 해소 등에 주력한 것이 ‘구전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것.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최초로 구청장에 당선된 박승숙 인천중구청장은 지난 2004년 인천시의회 의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여성 의원들에게 ‘자리’는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 부의장은 “여성 의원이 중요 직책을 맡은 곳일수록 남성 의원보다 의정활동에 더 적극적이고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여성 의장, 여성 부의장, 여성 위원장 탄생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은 시기가 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윤명희(58·한나라당·재선) 울산시의회 부의장도 “이번에 당선된 여성 의원들의 의정활동 역량에 따라 후배 여성 의원들의 진출 폭이 결정되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성의 장점인 현장·생활정치를 펼치는 것과 함께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의회 여성 의원 모임을 정기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의원들의 요직 진출은 험난하기만 하다. 민주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여성 의장 대열에 합류한 나정숙(48·민주당·초선) 광주 서구의회 의장이 대표적인 예.

나 의장은 “민주당 슬로건인 ‘딸들에게 희망을’처럼 전국 최초로 민주당 여성 의원이 의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당내 남성 의원들의 인식은 여전히 ‘여성은 의장이 될 수 없다’였다”며 “지역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담합’해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까지 겹쳐 결국 의장선거에서 저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남성 의원들은 다른 당 의원들의 표를 얻어 당선된 나 의장이 당을 배신한 것이라며 당 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 의장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당의 ‘사심’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며 “명분 없는 싸움은 결국 민의에 쓰러질 수밖에 없으며, 의정활동에 대한 심판은 주민이 내려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당을 초월해 여성 의원에게 의장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중론임에도 오히려 출마조차 막아 나선 것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며 “당선된 수에 비해 주요 직책을 맡은 여성 의원들은 소수에 그쳤지만, 투명한 의사결정구조와 일하는 의회 분위기 조성에 여성 의장들이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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