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양허안 틀 마련 ‘절반의 성공’
교육·의료·섬유·통신 협상은 ‘무산’돼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마무리됐다. 우선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농산물 등 상품무역 분야의 개방안(양허안)에서 미국의 ‘한 발 양보’를 얻어냈다. 1만여 개에 달하는 각 상품에 대해 ▲관세 즉시 철폐 ▲3년 내 철폐 ▲5년 내 철폐 ▲10년 내 철폐 ▲기타(민감 품목) 등의 방식으로 5단계로 세분화해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양허안 틀 마련을 최대 목표로 설정한 정부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번 2차 협상에서는 상품무역 등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등 유보안(개방 제외) 총 17개 분야의 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금융을 제외하고, 교육·의료·섬유·통신·자동차·개성공단 등 대다수 분야에서 협상이 무산돼 공은 오는 9월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3차 협상으로 넘어갔다. 한·미 FTA 협상은 내년 3월께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한편 한·미 FTA 시장 개방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노동자·농민 등 각계각층은 협상 기간 연일 도심 시위를 열고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한명숙 총리는 “만약 협상이 우리 측에 불리하다면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다”며 협상 진행에 여지를 남겨 주목을 끈다.

◆ 농림수산물 분야

미국, 쌀 개방 문턱 못 넘어   

우리의 취약분야인 농산물 협상이 미국의 한 발 양보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양국은 농산물(한국 취약분야)·섬유(미국 취약분야)·공산품을 하나로 묶어 양허안을 일괄 교환하고, 민감 품목의 경우 민감 정도에 따라 관세 철폐 기간을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세분화하기로 해 개방 시기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가장 민감한 현안인 쌀의 경우 협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쌀 재협상에서 201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하기로 해 미국에 더 일찍 관세화를 허용하려면 2개의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쌀 시장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 교육서비스 분야

미국대학 진학 시대 열리나 

미국 측이 온라인 교육시장과 미국 대학수능시험(SAT) 등 시험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서 국내 사교육 시장은 물론 공교육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SAT 시장 접근이 완화될 경우 미국대학 진학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국내 대입 전형요소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온라인교육 서비스와 시험시장을 ‘미래 유보 사항’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SAT 등 테스트 서비스와 원격교육 서비스는 현재 사실상 개방돼 있어 이번 협상이 아니더라도 개방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주된 관측이다.

◆ 의료서비스 분야

저렴한 약값 그대로 유지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약값 절감정책이 그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부터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도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 즉 가격이 저렴한 약만 의료보험에 적용시키는 건강보험 약가책정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자국의 제약사들이 개발한 고가의 신약이 차별대우를 받게 된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공공의료 서비스를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자 결국 협상이 중단됐다.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조기 시행을 위해 오는 20일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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