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사회성 부족한 아이는 누구 탓?
저출산 시대, 외동아이가 늘어감에 따라 아이들의 사회성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메사연구소가 조사 발표한 ‘2005 대한민국 5~7세 창의력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들의 육아고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아이의 성격’ 문제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 방송사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는 바로 육아의 방법을 모르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인해 ‘사회성’에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훈이(8)는 외동아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부모의 기대를 듬뿍 받으며,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는 정훈이는 최근 부쩍 산만해지고 불쑥불쑥 화를 내 친구들과 다툼이 많아지는 등 학교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다. 상담 후 알게 된 정훈이의 문제는 ‘분노’. 학습 위주의 교육에 치중한 부모와의 갈등이 부모에 대한 분노로 변한 것이다.
정명진 아동상담가(한국아동심리발달센터)는 “최근 가장 많은 아동 상담 사례가 바로 ‘산만함’인데 그 원인은 불안과 우울함”이라며 “갈피를 못 잡는 부모들의 육아방향”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핵가족 시대에 육아상식의 대물림이 끊기고, 자녀 수가 줄면서 ‘지나친 관심’ 을 육아방법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1m 간격으로 쫓아다니며 챙기는 ‘헬리콥터 맘’들의 자녀들은 부모의 불안감에 그대로 노출돼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없다.
전문가들은 “요즘 아이들의 사회성 부족 문제는 외동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동아이로 키워지는 것의 문제”라며 “육아 상식이 없는 부모의 책임”을 지적한다. 이에 허영림 국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고등학교 교과과정과 지역사회에서 ‘부모교육’ 강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의 사회성 결여 문제는 단순히 형제자매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양육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육아와 예비 부모에 관한 수업을 이수해야 하며, 유럽의 한 고등학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입력된 아기 로봇을 모든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2박3일간 보육 실습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저렴한 ‘부모교육 강좌’를 상시 개설하고 있다.
허영림 교수는 또 “부모 중 한 쪽이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파트타임 근무제’가 확산되고, 이들이 경력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한 ‘바른 육아를 위한 노력’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