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는 예고된 것이었다. 이미 2003년에도 같은 업체에서 식중독 사고가 있었으나 그때도 원인균을 찾지 못해 해당 업체는 학교급식 사업을 지속해 왔다. 4000명이 넘는 학생이 식중독으로 신음하던 그 순간에도 업체는 즉각적인 조치 없이 병원과 기업, 학교급식을 계속했고 먹거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위험 수위를 넘기고 있었다.

이번에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해당 업체는 학교급식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고 국회에서는 6월 30일 본회의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4년간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노력은 아이들의 고통을 등에 업고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학교급식법이 만들어진 것은 81년이다. 처음에는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시작했고 96년에는 중·고등학교까지 급식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재정적인 문제로 위탁급식을 허용하도록 급식법이 개정되었다. 이후 2005년까지 고등학교와 중학교의 급식 실시 비율은 99%로 늘어났다. 그러나 학교급식 정책의 피해는 아이들에게 떠넘겨져 부실한 식단과 식재료, 식중독 사고가 매년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위탁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발생 비율은 직영급식보다 4~14.6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위탁급식으로 인한 급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학부모들과 교사, 시민들이 학교급식의 직영화와 우리 농산물 사용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운동을 벌여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예산 부족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조례제정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행정자치부에서는 학교급식조례가 WTO 협정에 위배되었다고 대법원에 제소를 하고 국회에서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개정된 학교급식법의 주요 내용은 학교급식은 학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탁급식을 해오던 학교들은 3년간의 유예기간 후에 직영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또한 식재료는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한 것을 사용하도록 의무화됐으며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학교급식에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점심, 저녁 한 끼를 먹는 것은 단순한 먹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대하면서 자신의 몸을 생각하고 식재료가 생산돼 내 앞에 오기까지를 생각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일부여야 한다. 매일 1시간의 점심시간은 엄연하게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번 사태는 직영급식을 기피해온 학교장과 교육청, 보건 당국 모두가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로 빚어졌다. 지금부터라도 학교급식 전담 기구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즐거운 급식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

학교급식의 어려움을 누가 모르겠는가. 학교의 규모가 커지고 학생 수가 많은 것 외에도 학습 공간과 급식 공간이 구분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 설사 급식 공간이 있더라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먹어치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 어른들이 나서서 학교급식에 신경을 써야한다. 법이 개정됐다고 다 된 일이 아니다. 우수한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열심히 검수하고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단에도 관심을 쏟자. 그리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농산물을 지역 학교급식에 사용하여 아이들에게 지역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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