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하루 만에 통과…구체적 내용 시행령에 떠넘겨
전문성 없는 직영화는 문제…전문인력·교육 등 인프라 구축 시급

사상 초유의 위탁 급식 사고가 터지면서 불거진 ‘학교 급식 전면 직영화’ 주장이 받아들여져 이르면 내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직영 급식이 의무화된다.

그러나 지난 1년 반 동안 계류 중이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불과 하루 만에 여·야 간 타협으로 통과된 것에 대해 ‘졸속처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는 6월 28일 ▲초·중학교 직영급식 의무화 ▲원산지·유전자 변형 농산물 허위표시 재료 사용 처벌 ▲영양교사·조리사 의무 채용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직접 급식을 관리·운영해야 하며, 초·중학교는 관할 시·도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야 급식을 위탁할 수 있다. 직영 급식 의무 대상이 아닌 고등학교도 학교가 직접 식재료의 선정과 구매·검수를 담당해야 하며, 조리와 세척 등 일부분만 위탁할 수 있다.

이번 법안 통과에 여론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직영 급식, 우리 농산물 사용, 점차적 무상 급식 확대 등을 주장해 온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등학교가 직영 급식 의무 대상에서 빠지는 등 미흡하긴 하지만 내용상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배옥병 상임대표는 “예상보다 빨리 처리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법안 내용 중 ‘우수 식자재’ 등 명확하지 않은 항목이 문제”라며 “식자재 안전성 등 중요한 내용은 결국 시행령 제정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직영 의무화에 따른 다른 다양한 문제, 예산 등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규정이 없어 또 다른 부작용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성재 홍보부장은 “직영의 의지는 찬성한다. 그러나 급식의 안전성을 좌우하는 식재료 구입을 단위 학교의 책임으로 규정한 것은 문제”라며 “식품 비전문가인 교장과 교사가 이를 관리할 경우 더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직영급식 전환’ 예산 마련 방안 등은 빠져

이번 개정안에는 식중독 안전사고는 물론 ▲원산지 표시 ▲유전자 변형 농산물 표시 ▲축산품 등급 표시가 제대로 안 된 재료를 사용해도 학교장과 교직원이 징계를 받는다.

책임은 강화됐지만 전문 인력 보강 및 관리, 시설관리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 마련 등 기초적 내용은 빠져있다.

교육당국은 전국의 중학교 720여 곳이 직영으로 전환하려면 약 1500억 원(시설비, 인건비)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필요 예산을 지방교육청의 지방비와 교부금으로 전액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부채 규모가 6조 원에 달하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재정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직영화보다 민간 위탁업체를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오히려 전문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어 법은 통과됐지만 직영급식의 실시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직영급식으로 전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예에서 보듯 ‘급식소위원회’ 활성화와 지원을 통해 학교 부담 및 전문성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 김현옥 회장은 “대규모 예산 없이 정부차원의 전문가풀 운영, 급식소위원회 운영위원의 교육, 관리 지침 등 시스템 구축으로 직영급식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한편, 배옥병 대표는 “우선 직영급식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이 시행령에 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시·도 지자체의 조례 제정, 점차적 무상급식 확대 등으로 활동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현재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의 경우 업체와의 계약기간을 감안해 3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는 규정을 뒀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3년 이내일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로, 3년 이상일 경우 3년 뒤에나 법이 적용된다.

위탁 vs 직영, 그동안의 논쟁

‘35개 학교 3697명의 식중독 환자 발생, 102개 학교 급식 중단’ 사태로 ‘직영’이냐 ‘위탁’이냐 운영체계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던 학교급식이 직영체제로 바뀌게 된다.

초등학교의 급식 직영률은 이미 99.6%에 달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고등학교는 반대로 90% 이상이 위탁급식을 시행해 왔으며, 이번 식중독 사고도 모두 중·고등학교 위탁급식 학교에서 발생했다.

위탁급식의 경우 질 낮은 식재료 사용, 조리과정에서의 오염사고 발생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직영급식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이 현실.

이에 학부모단체, 전교조, 시민단체 등은 지난 2003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 급식의 전면 직영화를 주장해 왔으며, 친환경·우리 농산물 사용, 점차적인 무상급식 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면적 직영화를 꺼려왔던 교육 당국과 학교·교사 측은 예산 부족, 교사업무 과중, 직영급식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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