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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고부갈등 때문에 이혼에 이르는 부부가 많다고 하면 대부분 아니 언제 적 이야기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세상이 아무리 많이 바뀌었어도 사람 변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들의 시집살이를 시시콜콜 털어 놓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어찌나 ‘간 큰’ 시어머니들이 많은지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불러다가 일 시키는 시어머니에, 당당하게 생활비와 용돈을 달라는 시어머니, 심지어는 ‘전설의 고향’에 나옴직한, 아들 속옷만 골라서 빠는 시어머니까지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며느리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 애써 봐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사연들도 꽤 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시부모 생일날조차 찾아가는 걸 싫어하는 며느리, 손위건 손아래건 동서에게 무조건 적대시하는 며느리 등, 고부관계를 떠나서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며느리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다. 요즘은 시어머니 노릇도 만만치 않다. 자칫하다간 모자르거나 지나치기 쉽다. 이웃의 고부관계를 들여다봐도 마음에 드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가만히 앉아서도 저절로 잘 했던 시어머니 노릇을 이젠 배워서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여러 기관에서 시어머니 교실을 여는 것도 이런 시대 상황의 반영이다.

며느리를 둘이나 본 덕분인지 그런 교실에 가서 떠들 기회가 간혹 있다. 나라고 뭐 그리 뾰족한 수가 있을까만 시어머니 경력이 한 해 두 해 늘어가다 보니 나름대로 노하우 같은 것이 쌓여가나 보다. 예비 시어머니나 시어머니들로부터 공감이 간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래서 우쭐한 기분에 여기다 내가 그동안 떠들어온 ‘시어머니 십계명’을 풀어놓기로 결심했다.  

   

제1계명 나는 시어머니이기 전에 나다.

이젠 누구나 자기 자신을 끝까지 돌봐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들 며느리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인생 후반생의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제2계명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다.

혹시 아들이 나 때문에 며느리와 심각하게 싸우는 중이라면 단호하게 선언해라.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나를 버려라.”

제3계명 며느리는 딸이 아니다.

딸처럼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엎어지거나 막 대하지 말 것. 딸은 앙금이 안 쌓이지만 며느리는 다르다. 딸과 며느리의 차이를 인정하되 차별하지 마라.

제4계명 며느리도 나와 같은 여성이다.

만약 며느리가 아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경우 섭섭해 하거나 아들을 변명하는 대신 며느리에게 적극 동조하라.

제5계명 아들네 집은 내 집이 아니다.

도와준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지 마라. 도움은 며느리가 요청할 때만 줄 것.

제6계명 며느리에게 가르치려 들지 마라.

가르치고 싶다면 몸으로 보여줘라. 시어머니의 가르침은 며느리에게 잔소리 내지는 강요로 받아들여져 반발만 키운다.

제7계명 좋은 며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내가 예쁘게 보면 예쁘고, 밉게 보면 밉다.

제8계명 아들도 며느리도 손님이다.

끈적끈적한 관계보다 거리를 둔 관계가 서로에게 편하다.

제9계명 칭찬하고 또 칭찬하라.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제10계명 항상 솔직하라.

본때 있는 ‘시어머니답게’ 보이려고 헛폼 재지 마라. 고부 간에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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