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세자빈 다이애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녀의
무수한 남성편력과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다시 한번 ‘총정
리’되고 있다.
다이애너의 한은 ‘세기의 결혼’이라 불렸던 화려한 결혼
식에서부터 시작된다. 두 왕자를 출생하는 것으로 결혼의
행복은 완성되는 듯이 보였으나 그 이면이 드러나기 시작하
자 다이애너는 파탄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의 남편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너 모두 왕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 시작하면서 그와 관련
된 책들이 발간돼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다이애너가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언론의 집요한 추적이었
다. 그녀의 남성편력이 사실이라고 해도, 한 인간을 어찌
이성관계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찰스와 다이애너 중 먼
저 외도를 시작하고 먼저 배우자를 배신하고 먼저 치명적
인 공격을 한 사람은 찰스 쪽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너의
스캔들이 더 ‘맛있는’ 안주가 되었다. 다이애
너의 남성편력 이외의 다른 면들, 일과 생각과 윤리관 등
은 증발해 버렸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한 인격체를 ‘맛있
는’ 안주거리로 요리하는 실습대상이 되어버린 다이애너는
그 왜곡되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실습’과정에서 죽어
버린 것이다.
이 모든 수난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너가 아이들을 걱정했
던 점은 어머니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이애너는 아이
들 문제로 마지막까지 이혼을 반대했고 이혼 이후 언론에
까발려지는 일련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미칠 영
향을 걱정했으며 특히 휴이트와의 관계가 지저분하게 드러
났을 때도 아이들의 충격을 걱정했다. 이혼 이후에도
영국을 떠나고 싶었으나 왕위계승서열에 들어 있는 왕자 때
문에 그러지 못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숨진 다이애너에
게 일초라도 의식이 가능했다면 그의 죽음으로 인해 두 아
들의 가슴에 드리워질 그림자를 걱정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스타, 영국왕실의 일원이라는 뉴스가치를 떠나
다이애너가 사랑하는 두 아들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조금이
라도 고려했다면 상업저널리즘이 다이애너를 그렇게까지
난도질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급한 저널리
즘은 지극히 반모성적이고 반생명적인 폐악이 아닐까 싶다.
(자료사진 연합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