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에 맞게 진화하는 정당만이 승리

5·31 지방선거가 유례없는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오만하고 무능한 집권 세력에 대한 성난 민심의 심판이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여당은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허황된 도덕적 우월주의에 도취되어 국민을 꾸짖고 가르치려고 했고, 온 국민이 몸으로 느끼는 불경기를 이 정권만 혼자서 아니라고 우기면서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다.

선거 참패 직후 새롭게 구성된 열린우리당의 비상대책위 김근태 의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당은 잘난 체하고 오만했다. 국민의 눈물을 보지 못한 채 한숨을 듣지 못하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더욱이 김 의장은 “지난 시기 민주화 운동한 것을 훈장처럼 가슴에 달지 않겠다”면서 “두 눈 똑바로 뜨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당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제서야 우리당은 역사 앞에 죄인이 되어 통렬하게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선거 참패 이후에도 노 대통령의 인식 체계는 ‘논리적 충돌’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에서 잘 드러난다. ‘참여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으로 민심이 이반되어 우리당이 참패했다’는 기존 통념을 대통령이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대통령 특유의 지극히 이중적이고 편의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선거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우리당이 해체가 아니라 재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키는 정책을 수정하든지 아니면 우리당의 향후 행보에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 당·청 관계를 생산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여권은 대통령의 탈당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당의 진정한 새로운 출발은 대통령의 탈당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 의장은 취임 후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다시 말해 ‘백성이 믿지 않으면 바로 서지 못한다’는 논어 구절을 남겼다.

여권은 당·청 관계의 재정립만이 백성을 믿을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여당만이 아니라 한나라당도 변화하라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선거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미래를 위한 비전과 국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승리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무기로 반사이익만을 챙긴 면이 강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만든 원인에 대한 한 여론 조사에서 ‘한나라당을 신뢰해서’는 9.5%뿐이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으로 얻은 승리를 두려워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승리는 확실한 승리, 부동의 승리, 미래를 보장하는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는다면 재창당에 버금가는 일대 혁신을 해야 한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한나라당의 부패한 차떼기 정당 이미지가 바뀐 것도 아니고, 더구나 성추행과 공천 비리에 대해 국민이 결코 면죄부를 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선거 승리의 대세론에 도취되어 또다시 대선 필패의 길을 걷느냐 아니면 개혁과 변화를 통해 진심으로 국민 속으로 다가서는 길을 갈 것인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는 7월 전당대회와 7·26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이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유력 대권후보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되거나, 과거 세력들을 당 공헌도와 인간적 배려 차원에서 공천한다면 이는 민심을 거꾸로 읽는 것이다. 2007년 대선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선점하는 세력만이 승리한다.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시대정신에 충실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정당만이 승리한다. 이것이 한국 선거에서 나타난 ‘대선 승리 진화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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