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계절 6월이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또 한번의 4강 신화를 꿈꾸며 ‘어게인 2002’를 외치는 마음은 모두 똑같을 터. 하지만 거리는 온통 월드컵 광고로 넘쳐나고, TV에서는 24시간 중 20시간을 월드컵 방송에 할애하고 있다. 날선 비판들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몇몇 시민단체들은 아예 월드컵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월드컵의 그늘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사회 현안엔 ‘나 몰라라’

대한민국은 지금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말 없나요?’ ‘월드컵 보러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을 반대한다.’

지나친 월드컵 열풍과 상업주의를 경계하는 ‘반(反)월드컵’ 운동이 이슈가 되고 있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온 국민의 관심이 너무 월드컵에만 쏠려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동산정책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묻히고 있다”며 지난 6일부터 서울시내 곳곳에 월드컵 반대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 1만2000개를 부착하는 ‘게릴라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도 16강 진출의 최대 관문인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모든 관심이 축구에 쏠리면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의 죽음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월드컵이 끝난 후 시민사회단체들의 끈질긴 문제 제기로 이들의 죽음이 수면 위에 올랐지만, 사망 4주기를 맞은 지난 13일 한국의 첫 경기인 토고전이 치러지면서 4년 전처럼 모두가 월드컵에 ‘올인’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는 “사회적 현안들이 월드컵에 묻히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보이지도 않고 있다. 월드컵이 끝난 후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심각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하루 중 20시간을 월드컵으로 채우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고 있는 기업과 언론은 지금이라도 깊이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특수 맞은 독일 ‘성매매 관광’ 

‘성매매’ 논란도 뜨겁다. 독일 월드컵조직위원회가 베를린 주경기장 옆 3000㎡ 부지에 650명의 남성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성매매촌 건립을 지원한 것. 2002년부터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은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 동안 약 300만 명의 관광객이 성매매 업소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기장 주변에 대형 성매매 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 여성 약 4만 명을 ‘수입’했다.

월드컵을 성산업 특수로 전락시킨 독일 정부를 향해 세계 각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은 “여성의 몸을 섹스의 도구로 취급하는 것은 ‘평등·상호존중·차별금지’라는 스포츠의 국제적 규범에 어긋난다”며 125개국 6만여 명의 반대서명을 받은 항의서한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보냈고, 국내에서도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소장 조영숙)가 홈페이지(www.stop.or.kr)를 통해 월드컵 기간 중 성매매를 근절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도 8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독일 월드컵조직위원회 징계를 요구한 데 이어, 9일 독일 총리에게 성매매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하지만 FIFA와 독일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 상태다.

FIFA 최대 목표는 ‘인종주의 척결’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폭력과 인종주의도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신나치나 스킨헤드 등 극우파에 의한 외국인 폭력사태가 1년 사이 24% 늘어나는 등 ‘인종주의’ 몸살을 앓고 있는 독일은 월드컵에서 인종주의에 의한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개막전이 열린 10일 독일인 2명이 덴마크 깃발을 흔들던 한 남자를 구타해 갈비뼈가 부러진 사건이 일어났고, 극우정당인 민족민주당이 제작한 인종차별주의적인 내용이 담긴 가이드북 3000부가 압수되기도 했다. 이 극우파들은 월드컵 기간 중 최소 9차례의 거리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특히 핵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이 모두 본선에 참가하고 있어 월드컵 안전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월드컵 기간 중 경찰뿐 아니라 군 병력 7000명을 경기장 주변에 배치하고, 각국 선수단에 대한 24시간 경호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안전 월드컵’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FIFA도 올해 월드컵 최대 목표를 ‘인종주의 척결’로 정하고,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대륙간컵) 준결승전과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FIFA 세계청소년대회와 연계해 ‘반 인종주의의 날’ 행사를 갖기로 했다. 독일 정부와 FIFA의 노력이 인종주의 척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붉은 악마, ‘기업후원 영구 거부’ 선언

2002년 월드컵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 새로운 응원문화를 주도했던 붉은 악마도 상업성 시비에 휩싸였다. 대기업과 거액의 후원계약을 하는 등 순수성이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공식 후원사라는 명목으로 KTF와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각각 3억8000만 원을 받았고, 온라인 파트너인 네이버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 또 월드컵 응원곡을 모은 음반을 발표하는가 하면, 한 의류업체와 손잡고 붉은 악마 공식 티셔츠 판매에도 나섰다. 이 때문에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는 몇 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던 티셔츠를 올해부터는 1만9900원을 주고 사야 응원을 할 수 있게 됐다.

작은 동호회에서 거대 조직으로 변모한 붉은 악마를 두고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결국 붉은 악마 측은 지난 5일 ‘신 붉은 악마 선언’을 발표하고 영구적으로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홈페이지 축소 개편 및 쉼터 폐쇄 등 운영비용도 축소해 후원금 10억 원과 쉼터 보증금 등 모든 금전적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붉은 악마는 ‘대한민국 대표 응원단’이라는 허울을 벗어 던지고 소수 마니아 단체로 돌아갈 예정이다. 붉은 악마는 이번 선언에서 “과도한 관심이나 비난은 사양하겠다”며 “초창기 때처럼 소수 서포터 단체로 돌아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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