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1달러 9백원선이 쉽게 무너지면서 환율
이 요동치고 있다. 이렇게 달러값이 비싸지고 우리나라 돈값이 떨어
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계속된 국제수지적자와 외체의 누적 때문이다.
달러는 계속 필요한데 우리나라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해외신용도가
추락하여 달러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달러값은
계속 뛰어오르고 상대적으로 우리돈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약간에서는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동남아 몇몇 나라들처럼 심각한 외
환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국제수지적자규모나 자본시장개방폭 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당장
위기가 초래될 것 같지는 않다.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달러값의 인상
은 국민생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좋은 영향도 있다. 환율
의 인상은 우리나라 수출품의 국제가격을 낮추어 수출을 늘어나게 한
다. 반면에 수입품의 국내가격을 올려 수입억제의 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나쁜 영향이 더 많을 것이다.
우선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
라처럼 외채가 많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한 외채의 원리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달러빚이 많은 회사들은 거액의 환차율
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지난 8월 29일 동원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
료에 의하면 5백55개 상장법인의 올 상반기 환차손 규모는 무려 1조
2천4백81억원으로 같은 기간 경상이익 총액의 43%에 달했다. 회사별
로는 삼성전자(2천5백44억원), KAL(2천1백84억원), 한전(2천76억원),
유공(1천3백85억원) 등이 거액의 외환수지적자를 기록하였다. 영업실
적과 상관없이 환율의 변동만으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수 있는 것
이 국제화시대의 우리기업의 실상이다.
최근에는 외환시장에 짙게 깔린 불안정심리 때문에 환율이 더욱 더
변동하는 만큼 기업과 가계도 이에 대비책을 세워두어야 한다. 우선
기업은 달러빚을 줄이고 다양한 나라의 돈으로 빚을 구성해야 된다.
그리고 과다한 달러 경비도 가능한 한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큰 해외지사의 사무실도 축소하고, 해외지사도 파견된 국내인보다는
현지인 고용을 늘려야하며, 불요불급한 국제전화, DHL 등 국제특송이
용도 줄여야 한다. 우리 가계소비자 또한 예외는 아니다. 외국에서
유학하는 자녀에게 송금할 일이 있으면 미리미리 달러를 환전해 놓
고, 해외여행사에도 달러 현찰보다는 상대적으로 싼 여행자 수표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남은 달러가 있다면 은행에 외화예금
을 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 우리 소비자들도 환율의 움직임
을 민감하게 살펴 이를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홍승기/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