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이겨내는 피해자 보며 힘 얻어”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이미경, 이하 상담소)에서 2년째 상담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이향심(26)씨는 1일 있었던 상담소 15주년 기념 후원의 밤 행사에서 상담소로부터 “생존자들의 인권과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정성을 쏟아왔다”며 감사패를 받은 10여 명의 상담원 중 한 명이다.
이름보다 ‘거북’이라는 활동가 별명이 더 익숙한 장씨는 일주일에 각각 하루씩 상담소에서 전화상담을,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상담을 통해 피해 생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가 성폭력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3년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장을 맡는 등 총여학생회에서 학내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며 보다 체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다. 상담소에서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은 후 줄곧 피해 생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상담 의뢰가 왔을 때 최대한 많은 내용을 들으면서 심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성폭력 관련 언론 보도가 많을 땐 이와 관련한 피해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전했다.
장씨는 “비디오 녹화진술 확대, 여경 조사 등 수사기관이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피해 생존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인권이 보장된 수사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가 있기 전 경찰서 출입조차 안 해 본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서에 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사 과정 중에서 ‘그 장소에 왜 갔느냐’‘술은 왜 마셨느냐’와 같이 오히려 힐난하는 수사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는 피해 생존자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20, 30년 전 특히 친족에 의한 성폭력 경험을 이제서라도 용기를 갖고 해결하려고 해도 비친고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되어 있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데 좌절하기도 한다”며 “공소시효 폐지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담원이란 피해 생존자들 스스로 삶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힘에 부칠 때 거드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피해 생존자들의 강한 의지를 강조한 그는 상담원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상담뿐 아니라 성폭력의 원인이 되는 가부장적인 남성문화를 바꿔보려는 관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