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참 자상하기도 하다.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고 아이들과 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어머니들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제기하다니. SBS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내보낸 ‘밥 안 하는 엄마, 외식으로 크는 아이들’편을 보면서 계속 속이 불편했다.

취지는 충분히 알 만했다. 진행자가 마무리에서 정리한 바대로 요컨대, 상황이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아이들의 밥을 제대로 챙겨주는 것은 부모(정말 기특하게도 엄마라고 못박지 않았다)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 가족과 함께 하는 화목한 식사야말로 가족애의 진정한 구현이라는 것이었다. 제작 의도는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엄마들을 매도하지 말자고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기색이 엿보이긴 했으나 제작진은 속으로는 ‘밥 안 하는 엄마’들이 아주 못마땅했던 것 같다. 10년 동안 외식으로 아이를 키워왔다는 어떤 엄마, 초등학교 운동회에 가져갈 김밥조차 분식집에서 사 가는 엄마들, 패스트푸드를 단체로 주문하는 엄마들이 못마땅한 나머지 드디어는 아빠들은 싼 음식을 사 먹는데 엄마들은 비싼 음식을 사먹는다는 생뚱한 비난까지 마구 뒤섞인 채 프로는 길을 잃고 말았다.

사실 잦은 외식은 성인들에게도 좋을 게 없다. 값도 값이려니와 설탕이나 소금, 화학조미료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음식도 비일비재하다. 수상쩍은 음식을 날마다 사 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이 ‘가정식 백반’ 식당을 선호하는 것도 집 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들이 외식을 자주 하는 건 건강상 득 될 일이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열량이 높은 패스트푸드거나 정체 모를 양념으로 뒤범벅된 자극적인 간식거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외식을 자주 시키는 엄마라면 나름대로 이유와 사정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밥을 하기 싫어서’ 걸핏하면 외식하는 엄마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있기야 있겠지. 엄마가 1천 만 명이라면 그 중엔 별별 사람이 다 섞이게 마련이니까)

그런데도 엄마들의 해명은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 바빠서’ ‘외식이 오히려 저렴해서’ ‘아이들이 좋아해서’라고 대답하는 엄마들 얼굴이 왜 모자이크처리가 돼 있을까? 본인들이 원했다고? 그렇다면 엄마들이 왜 그걸 원했을까? 세상은 이유야 어찌됐든 ‘밥 안 하는 엄마’들에게 던질 돌을 이미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TV를 본 여성들이 화가 나지.(‘뚜껑이 열리지’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는데 체통을 생각해서 자제했음) 그래서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 것을 간과한 편파적인 방송’이라는 점잖은 비판에서부터 ‘왜 밥은 여자만 해야 하냐’는 성별 분업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성난 목소리들이 들끓었지.

방송사 홈페이지만 와글와글한 게 아니었다. 여성들의 항의가 빗발친다는 뉴스를 올린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엔 네티즌들의 댓글이 무성하게 올라왔다. 평소 대한민국 여자들에 대한 불만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는 이 땅의 수많은 남성들이 이때를 놓칠 리 없다.

“우리나라 여자들 정말 문제 많다, 밥 안 할 거면 결혼하지 마라, 아니면 애 낳지 마라”라며 고전적인 울분을 토하는 남성들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왜 젊은 여성들이 한국남성들에게 절망하는지 저절로 이해된다.

그런데 좀 그렇다.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외식 좀 하기로서니 그게 무슨 큰 잘못일까. 하루 삼시 세끼를 외식만 한다면 우선 경제적으로, 또 건강상으로도 문제가 있겠으나 어쩌다 하는 외식이라면 기분 전환에 좋지 않은가. 전업주부라고 전업으로 밥만 할 순 없잖아. 때로는 휴업도 필요하지.

김밥도 꼭 엄마가 싸야 하나. 내가 아이 키울 땐 동네에 김밥 파는 곳도 없었고 아이들도 셋이나 돼서 소풍 때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싸느라고 땀을 뻘뻘 흘렸지만 요샌 안 그래도 되잖아. 널려 있는 게 김밥 집이고 아이도 하나밖에 안 낳으니.

그리고, 어떻든, 김밥을 사서 주건, 싸서 주건 챙겨주는 건 하나같이 엄마들이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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