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만 그런가. 5·31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구의원에 누가 나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시의원에 누가 나왔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지난번 구청장이 삼선이라 이번에 안 나온다는 건 알지만 새로 누가 나오는지도 물론 모른다. 그저 아는 거라곤 시장 후보들 뿐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매일 매일 듣거나 보는 덕분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이번엔 투표용지가 여섯 장이나 된다는데 왜 그렇게 많은지 정확하게 아는 이도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선거 운동원들 이외에는 선거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젊은 사람들은 월드컵에 빠져 있고 나이 든 이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목이 매여 있다. 아니 그렇게 딱 나눌 일도 아니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나이 든 이들도 열렬하고 먹고사는 문제는 젊은이들도 예외일 수 없다. 너나 없이 선거보다는 강남 아파트 값이 꺾일 것인가 아닌가에 관심이 몰려 있다.

지방선거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시험문제를 내면 서슴없이 정답을 꼭 집어낼 사람들이지만 정작 실생활에선 자신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정치는 여전히 내 살림과는 동떨어진 영역이고 선거는 아직도 ‘그들만의 리그’이다.

사람들은 시큰둥하게 말한다. 먹고사는 문제만 잘 해결해 주면 누가 돼도 상관없다고. 맞는 말이다. 옛말에도 나라가 평안하면 누가 임금인지 아무도 상관 않는다고 했잖는가. 하지만 요즘은 모두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하잖느냐,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도 그 ‘누구’를 잘 뽑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또 ‘그 놈이 그 놈’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최근에 여성 정치인이 꽤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년이 그 년’이란 말은 아직 없다. 그래도 여자들이 낫다고 말들을 한다)

깨끗하고 정직해 보여서 뽑아 놓으면 어찌된 판인지 금방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주민을 위해서’ 나선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이 앞서는 게 정치인이란다. 올해부터는 지방의원들도 공식적으로 유급화가 되어 4년간 확실한 일자리를 보장받은 셈이니 더할 거란다. 그러니 그냥 그날 맘 내키는 대로 ‘아무나’ 찍을 거란다.

물론 그 ‘아무나’가 말 그대로 아무나는 아니다. 정말로 누가 되든지 상관없는 사람이면 아예 투표소에 나가지도 않는다. 낮잠을 자든지 TV를 보든지 드라이브를 하든지 하지.(젊은이들은 그날을 놀러가는 날로 안다) 그래도 일단 ‘신성한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투표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면 나름대로의 잣대가 있다.

이럴 때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편하다. 사람이야 어찌됐든 정당을 보고 찍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아무나’ 고르기 위해서 잠시 고민하다 찍는다. 좋아하진 않지만 덜 보기 싫은 정당 소속이라든가, 왠지 인상이 마음에 든다거나, 하다못해 같은 성씨라든가, 같은 학교 출신이라든가 등등의 허접스러운 잣대에 따라.

민주시민으로서 좀 켕기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후보자가 능력과 인품을 갖췄는지 안 갖췄는지를 알 방도가 없으므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있지 않느냐, 공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면 대부분 웃는다. ‘아니면 말고’지, 뭘 순진하게 정치인이 한 말을 갖고 그래?

이런 분위기를 틈타 일부 지역에선 정말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후보로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소위 지역 유지로 오래 행세해 오면서 각종 비리를 저질러온 이들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일수록 포장에 능하기 마련이라 주민들이 쉽게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도둑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셈이다.

아무래도 풀뿌리 정치가 뿌리를 내리려면 시간이 한참 흘러야 할 것 같다. 뭐든지 빨리빨리 변하는 우리 사회에서 왜 유독 이쪽만은 더딘지. 이런 생각도 역시 조급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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