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확충·성매매 집결지 폐쇄 ‘모두 찬성’
여성 부시장 임용·여성 일자리 창출 “의지 약하고 전문성 떨어져”

5·31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5월 22일 여성신문과 전국 73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생활자치 맑은 정치 여성행동’(이하 여성행동) 주최로 ‘서울시장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으로 주말 동안 선거운동을 중단했던 서울시장 후보들이 모두 참석한 첫 토론회여서 오전 8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는 “지난 16대 대선 때부터 여성계는 중요 선거마다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해 왔다”며 이번 토론회의 전통을 설명한 후 “여타 토론회에서는 별로 집중 받지 못했던 여성정책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자리”라고 개최 의의를 밝혔다. 권미혁 여성행동 공동대표도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여성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의견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서명선 여성개발원장,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이경숙·이은영·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 이계경·박찬숙·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박혜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대표, 이춘호 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등 여성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 = 정대웅 기자 · 이응종 /스튜디오 인터뷰]

서울시장 후보들의 여성의식과 여성정책을 검증하기 위해 던져진 질문은 총 5가지다. 후보들은 ▲동마다 국공립 보육시설 3개 이상 설치 ▲5개 지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고위직 여성 공무원 임용 확대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 방안 ▲노인돌봄 정책에 대체로 ‘찬성’ 입장을 나타냈지만, 공공보육시설 설치 숫자와 성매매집결지 폐쇄 시기, 여성 부시장 임용 등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가자 다소 차이를 보였다.

패널들은 두루뭉술한 공약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현 서울시 정책과 비슷한 공약에는 후보만의 철학과 소신을, 기대치보다 낮거나 높은 공약에는 현실가능성을 집요하게 캐물었고, 후보들은 준비된 공약에는 자신 있는 답변을, 겉핥기식 공약에는 추후 보완을 약속했다.  

이슈1. 동마다 국공립 보육시설 3개 이상 설치

이번 지방선거의 화두는 단연 공공보육 문제다. 서울시장 후보들 모두 공공보육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관련 공약도 내놓았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국공립 보육시설 168개소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47개에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오 후보는 “매니페스토 운동에 입각해 현재 예산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시장에 당선되면 어떻게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며 답변을 미뤘다.

아파트 신축시 시설이양 협약을 맺어 국공립 보육시설을 1014개까지 확충하겠다고 공약한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에게는 “민간 시공업체이나 부녀회가 시설이양에 반대하면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사업승인권이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451개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는 “시장 후보는 의욕적인데 정부는 소극적이어서 과연 확충이 실현될지 의심스럽다”는 질문을 받자 “시장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슈2. 5개 지역 성매매 집결지 조속히 폐쇄

서울시 용산구, 동대문구, 성북구, 영등포구, 강동구 5개 성매매 집결지의 조속한 폐쇄 요구에 대해 4명의 후보 모두 동의 입장을 표했다. 다만 김종철 후보는 음성적 양산을 이유로 들며 ‘조건부 찬성’을 내걸었는데, 정확한 폐쇄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단속 강화, 쉼터 운영, 자립자활 지원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박주선 민주당 후보에게는 “기존 서울시 정책과 너무 유사해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세훈 후보는 “민관이 함께 하고, 검경이 서로 연계해야 한다는 공약은 너무 모호하고 책임의식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의지를 가지고 임하겠다”는 답변에 그쳤다.

강금실 후보에게는 “성매매 여성 664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3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숫자 파악과 지원 규모의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던져졌고, “보완할 점이 있으면 보완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이슈3. 고위직 여성 공무원 임용 확대

고위직 여성 공무원 임용 확대와 관련해 4명의 후보 모두 적극적인 입장을 표했다. 특히 여성 부시장 임명 공약의 경우 후보들 대다수가 적극적으로 동의한 반면, 오세훈 후보는 다소 모호한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 없이 무조건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는데, 여성 부시장을 임명할 의지가 있느냐”고 묻자, 오 후보는 호주제 폐지, 17대 여성의원 증가 등을 거론하며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나 의정 활동 모습을 회고해 달라”며 말해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패널이 재차 답변을 요구하자 “이 자리에서 여성 부시장을 임명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강금실 후보 역시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질의 결과 “시장으로 당선되면 시장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줄 것과 여성 부시장은 내부 승진을 통해 발탁하겠다”고 밝혀 외부 영입할 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강 후보는 또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장 중 여성을 몇 퍼센트 할당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만 답했을 뿐 정확한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이슈4.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

대부분의 공약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했던 후보들은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서는 상이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강금실 후보는 고학력 실직여성을 위한 신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확대를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신전문가의 예를 세 가지만 들어 달라”는 질문에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답변에 그쳤다. 

오세훈 후보 역시 “여성 일자리로 제시한 복지시설 독거노인 도우미와 학교건널목 안내원 등은 새로운 일자리도 아닐뿐더러 대표적인 비정규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여성 일자리만 따로 말할 것이 아니라 청년, 노인 일자리 모두 경제 활성화에 답이 있다”고 말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해갔다.

이슈5. 노인 돌봄 시스템 마련 

노인 돌봄 시스템 마련에는 4명의 후보 모두 미흡한 결과를 내놓았다.

오세훈 후보는 전체 치매노인의 10%도 채 안 되는 서울시 공공보호 대상 중증 치매노인 4910명에 대해서만 100% 수용대책을 밝혔다.“중산층의 치매노인에 대한 돌봄노동에 관한 대책은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예산을 구체적으로 책정하지 못했고, 이번에 질문을 받고서야 그 문제에 대해 예산을 할애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이에 대해 선거일 전에 예산을 책정해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답변했다.

경로당을 중대 규모로 통폐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김종철 후보는 “현재 경로당이 소규모 사랑방으로 정착되어 있어 이것을 통폐합한다는 것은 본질을 무시한 하드웨어적 발상”이라는 지적에 대해 금시초문인 듯 “내 공약에 포함되어 있냐?”고 반문하고, “다른 것으로 물어봐달라”고 다른 질문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일자리 수만 개 창출 등 어르신이 당당하게 대접받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강금실 후보에게는 “OECD 국가 중 1위로 기록돼 있는 노인자살률을 10위권 이하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첨가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강 후보는 일단 “그렇게 하겠다”는 답변은 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성정책 토론회엔 뭔가 매우 특별한 것이 있다”
토론회 이모저모

이번 서울시장 후보초청 여성정책 토론회는 토론자들과 참석자들로부터 여느 토론회와는 구별된 특별한 토론회로 진행됐다는 공감을 이끌어 냈다. 토론회는 사회자의 편안한 진행, 패널들의 여성정책에 대한 전문적이고 날카로운 질의, 그리고 여성계 리더들의 열띤 반응이 함께 어우러져 때로 긴장되고, 때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됐다. 

토론회 마치며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실감

토론회를 마치면서 사회자가 다른 토론회와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하자 박주선 후보는 “오늘 무사히 남극 탐험을 마치고 귀항한 선장 같다. 사실 가장 예리했고, 가장 큰 자극을 받았다”, 김종철 후보는 “평소부터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몇 번의 계기가 있어 여성이 남성보다 정말 능력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소감을 표했다. 이에 사회자가 김 후보에게 “그럼 여성시장이 나와도 괜찮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