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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실직으로 여성가구주 실업은 급증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

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

IMF 이후 실직된 여성의 재취업문은 바늘 구멍이고 신규 취업에

서도 여성은 힘겹기만 하다. 여성실업,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해 본

다. '편집자 주'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여자들

10년전 큰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둔 이후 남편 뒷바라지만 해오

던 곽현숙씨(34, 구로구 가리봉동)는 처녀시절 익힌 봉제기술로 일자

리를 알아보지만 “미혼여성만 뽑는다”는 말에 매일 허탕이다. 지

난 4월 회사 부도로 남편이 실직당한 이후 월세방 보증금을 빼서 생

활해 왔지만 이제 그 보증금도 바닥이 났다. 주인은 연일 방을 빼라

고 독촉한다.

남편은 2주전부터 아파트 경비일을 하게 됐지만 월 수입은 겨우

45만원. 한달에 두번 이발을 해야 하고 항상 광택이 나는 구두를 유

지해야 하는 탓에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이 얼

마되지 않는 월급도 조금 지나면 구경조차 못할 형편이다. 지금까지

3교대이던 경비근무가 2교대로 줄어들면 나이가 제일많은 남편이

해고 1순위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곽현숙씨는 이제 자기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가족 모두가 거리로 내쫓기게 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조급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인천 시영 임대아파트의 김모씨(40)는 두명의 장애아의 어머니다.

큰딸은 6급 , 둘째인 아들은 1급 장애아로 현재 삼육재활원에 요양

중이다. 그동안 물수건, 단추, 액세서리 제조공장을 다니며 힘겹게

생활을 꾸려오던 중 지난 2월 실직당했다. 현재 수입은 인천시에서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하는 생계보조비 20여 만원과 1급장애인 둘

째아들에게 지급되는 4만원을 합쳐 총 24만원이 전부. 월10만원이

넘는 임대료와 삼육재활원에 가있는 작은딸의 요양비 16만원을 감당

하기에도 부족한 액수이다. 먹고사는 생계비는 물론 어림도 없다. 3

개월 동안 인천 인력은행에 구직신청을 했으나 한달이 지나도 소식

이 없다. 인력은행에서 만난 한 사람은 “40대 이상 기혼여성을 뽑

는 제조업체는 거의 없다”는 귀띔만 해준다. 동사무소에 취로사업

신청도 해봤지만 생활보호대상자라 공공근로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

다. 은행에 예금된 돈은 고작 50만원. 이 금액이 바닥나면 곧바로 길

바닥에 나앉아야 할 형편이다.

“막막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방법을 못 찾겠어요”그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여성가장 실업 가장 심각

여성실업 가운데서도 여성가장실업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성실업자 중에서 여성가장의 비율은 대략 20%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4월 현재 파악하고 있는 여성실업자 숫자는 46만명(5.4%)

이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잠재실업자와 실망실업자를 합친다면 1

백만명을 넘어선다. 이 수치에서 본다면 여성실직 가장은 20만명이

다.이들 여성가장들은 처음부터 가장이었던 사람, 남편의 실직으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든 사람 등 다양하다. 전적으

로 생계 책임자인 여성가장들이 계속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머

지않아 이들의 가족은 길바닥 신세를 져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특별한’대책이 필요한 이들에게 상황이 나

아지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없게 한다는 데 있다.

“실직 여성가장들의 생계고통이 한계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왕인순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공공직업소개기관에 구

직신청을 해도 몇달째 취업을 못하는 여성가장이 수두룩하고, 당장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여성가장들에게서 구직상담이 연일 쇄도하고

있지만 구직등록을 하고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김태흥 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여성가장실직은 여성실업

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유형”이라며 “전직실직과 신규실직과는

다른 여성가구주실직자를 위한 정부의 특별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여성가장의 재취업 실패는 실직한 전여성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

제로도 볼 수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 사이에

실업급여를 수급한 남성실업자의 경우 17.8%가 재취업에 성공했으

나 여성은 겨우 1.4%가 재취업했다. 남성의 재취업은 여성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재취업 여성 1.4%불과

실직여성은 왜 재취업이 안되는가. 여기에는 정부의 구멍난 실업대

책도 한몫한다. 10여년동안 회사 사무보조를 해온 김성란(34, 서대문

구)씨는 실직후 기술을 배워서 재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업훈

련기관을 찾았지만 “자격이 안된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직업훈

련은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해고된 실직자에 한해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비싼 일반 학원은 엄두도 못내겠다는 김씨는

“정부의 실업대책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62.7%가 5인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

지만 정부의 실업대책을 수혜할 수 있는 사람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

사업장의 실직자에 한해서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허용되던 고

용보험이 이번 7월부터 5인 이상에도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이것 역

시 여성근로자 대다수에게는 큰 도움이 안된다.

또 5인이상 사업장에서 실직된 여성일지라도 막상 직업훈련기관을

이용하려 들면 선택의 폭은 사실 상당히 좁다. 생산기계, 특수용접,

전기공사, 건축배관, 건축내장 등의 직종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

다.

재취업뿐만 아니라 신규 취업에서도 여성은 힘겹다. 지난 2월에 경

영학과를 졸업한 송모양(24, 동작구)은 기업체 40군데가 넘게 입사원

서를 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입사원서를 쓰고 다닌다. 사무보조로 한

달 조금 넘게 파트로 일할 때는 상사로부터 “일이 똑소리 난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뿐이

다. 한두군데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본 적도 있었지만 여성은 안뽑는

다는 뒷말을 들었는가 하면, 합격하고도 취소당하는 일도 경험했다.

신규여성실직 국가적 낭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신규 여성실직자는 6만명이

다. 이 수치는 전체 여성실직자의 13.7%에 해당한다. 남성의 경우

신규 실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8.2%. 실업 유형가운데 신규 실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심한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다.이와 관련해 김

태홍 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은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경기침체

가 계속될 경우 99년, 2000년 졸업하는 대졸 여성인력 역시 대부

분 비경제활동인구 상태로 전환되고, 이럴 경우 대졸여성들은 향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없을 것”

이라며 “결국 신규 여성실직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국가 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우수한 여성인적 자원이 사장될 수밖에 없다 ”

고 말한다.

IMF시대 이제 6개월이 지났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여

성실직자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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