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스미스

흐드러진 춘기로 다시 몽롱해지려는 즈음, 가느다란 검은 틈 사이로 혀를 밀어넣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키키 스미스의 ‘나의 은밀한 사업’을 떠올린다.

내장, 골반, 자궁 등 해부학적 신체기관을 하나의 독립된 오브제로 만들거나, 땀·침·피·정액 등의 분비물로 범벅된 ‘애브젝트 아트’(Abject art, 불쾌감을 주는 예술)를 넘나들면서 살아있는 것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 잊혀지지 않을 인상으로 질문하는 그녀의 작품들 중에는 혀를 주제로 한 것들이 여럿이다. ‘귀 속의 혀’ ‘혀와 손’ ‘나비’ 등 작품이 그것. 혀는 말을 하고 맛을 느끼며 애무하는 기관이다. 혀는 소통하고 나누며 쾌락을 느낀다.

치과용 석고 틀을 연상시키는 ‘귀 속의 혀’는 두 사람의 도발적 오럴 애무를 클로즈업한다. 오일물감으로 채색된 연둣빛의 두 얼굴과 귀로 말려 들어가는 분홍빛 혀의 콘트라스트가 욕망의 순간을 정면으로 관음하는 데서 오는 서글픔을 느끼게 하는 작품. 역시 석고로 만들어진 ‘혀와 손’은 직립한 혀와, 비슷한 모양으로 구부정히 오므린 손가락이 마치 대화 중인 것처럼 병렬해 있다. 촉각의 주체인 손과 만남의 주체인 혀는 같은 기능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수직으로 내리꽂은 푸른색 나비(좀더 정확하게는 나비)와 망자의 혀가 만나고 있는 ‘나비’(moth). 93년 브론즈와 석고로 만들었던 것을 96년에 목판화로 다시 제작했다. 이미 눈과 입 언저리에 부패가 진행된 것처럼 뭉개져 내린 검은 얼굴의 여성이 있다. 오직 그의 혀만이 마지막 욕망처럼 일어나 나비와 입맞춘다. 나비는 변태를 상징하는 오랜 심벌. 작가에 따르면 삶의 섬광을 암시하는 나비의 끝과 죽은 자의 혀가 우아하게 접촉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죽음이 생기와 활기를 빨아들여 감염되는 현기증 나는 ‘마법의 순간’인 것이다.

그런데 작품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나비에서 좀더 섹슈얼한 상징을 읽어낼 수 있다. 흔히 나비는 꽃을 찾아드는 남성으로 이해되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닮아 보인다. 생명력의 원천인 여성성을 빨아들이는 인간의 꽃술기관이 바로 혀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해부학적 신체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체를 다룰 때 나는 삶의 불멸성을 가지고 놀이한다. 삶에는 우리를 끝없이 몰아대는 사나운 힘이 있어 당신이 관통할 수 있다면 곧 사라진다. 난 이 양 극단 사이에서 늘 놀이한다.”

부활과 재생의 빛나는 정점인 봄의 막바지에 키키 스미스의 작품을 보면서 삶의 꽃술을 내 안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가만히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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