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취직을 단념한 남성들 수가 501만 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숫자에 약한 사람이 들어도 이거 백수공화국 아냐라고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엄청난 숫자다. 눈에 띄는 건 그들이 내세운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서 가사와 육아 때문에 취직을 단념한 남성이 15만6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 숫자는 작년 1분기에 비하면 4만2000명이 는 것으로 증가율이 37%에 이른다고 한다.

솔직히 난 통계를 별로 믿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통계에 별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쪽이라고 할까. 이런 발표에 대해서도 아니, 취직을 못한 것과 단념한 것의 차이는 무엇이며 가사를 이유로 댄 남성이 15만1000명이고 육아를 이유로 댄 남성이 5000명이라는 구분은 과잉 친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니까.(통계청 여러분 죄송합니다. 무식한 자의 괜한 트집이니 괘념치 마시고 여러분의 길을 가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에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아 이제 우리나라 남성들도 가사와 육아를 그렇게 하찮게 보지는 않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남성으로 태어난 이상 가사와 육아 때문에 취직을 단념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고 만에 하나 어쩔 수 없이 그런 불운한 상황에 봉착하더라도 그 사실을 당당히 입 밖으로 내보낸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지 않은가.

가사와 육아 때문에 자기 일(바깥 일)을 단념하는 남성이 있다면 그는 백퍼센트 졸장부요 낙오자로 몰렸을 게다. 만약 그에게 아내가 있는데도 그랬다면 남자 망신 시키는 일이요 혹시 아내가 없는 상황이라 해도 어떻든 아내의 대타를 구해서 조용히 해결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이제 남성들이 대놓고 말하기 시작한 거다. 내가 바깥일을 못(안)하는 이유는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바로 가사와 육아 때문이다라고. 그리고 듣는 사람들도 얼마 전 같으면 픽픽거렸겠지만 지금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암, 바깥일도 중요하지만 가사와 육아는 더 중요하지, 그렇고 말고.

하지만 요즘 양극화라는 말이 안 끼는 데가 없듯이 남성 주부에게도 두 가지 얼굴이 있다. 그냥 웬만큼 사는 수준에서 순조롭게 부부 간의 역할 바꾸기가 이루어져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는 대신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맡는 경우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싱글대디로서 형편은 안 좋은데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업을 단념해야 하는 경우라면 수많은 싱글맘들처럼 또 하나의 빈곤가정을 늘릴 뿐이다. 현재 늘어나고 있는 남성 주부의 대부분은 후자에 속할 거라고 짐작된다.

중요하다는 건 곧 힘들다는 것이다. 가사와 육아는 중요한 만큼 힘든 일이다. 특히 육아는 더하다. 이제 육아는 여성의 취업 단념의 이유일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큰 이유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출산을 기피하는 쪽이 여성들이라고 단정한다. 틀린 생각이다. 육아의 부담이 더 큰 쪽은 물론 여성이지만 요즘 젊은 남성들은 여성 못지않게 육아를 부담스러워 한다. 따라서 예전 남성들처럼 무조건 아이를 낳고 보자는 식으로 밀고 나가지 못한다. 때로는 남성 쪽에서 출산을 더 두려워한다. 높아진 이혼율도 그런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육아는 더 이상 여성만의 전담 사항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모처럼 육아지원에 관심과 돈을 좀 쓴다고 해서 ‘여자들 좋은 일만 시켜주네 뭐네’라며 비아냥거리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 한심한 인간들이지. 

남성 주부들이 늘어난다니까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것이 마음이 마냥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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