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만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왕따’. 가정에도 ‘왕따’는 있다.

전문가들은 부부·자녀 간 어긋나는 대화, 소통 부재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미미한 존재로 느끼게 하며 가족 관계에 커다란 ‘벽’을 쌓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가족치료 전문가 한영란 한정신건강연구소 소장과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의 도움을 받아

대화 단절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부부 대화단절 사례

집안일에 무신경한 남편

맞벌이 부부인 Y씨와 남편 C씨의 부부싸움 원인은 가사와 육아 문제다. Y씨는 가사를 분담하지 않는 남편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것 같아 야속하고, C씨는 계속 잔소리만 늘어놓는 아내가 불만이다.

Y씨는 “장을 봤으면 부엌에 갔다놓지” “아무 데나 벗어놓은 양복은 누구보고 치우라고” “아빠라는 작자가 아이하고 놀아주는 것도 잊어버리나” 등 남편을 다그치게 된다. 이럴 때마다 C씨는 고작 “미안해, 조금 쉬고 나중에 한꺼번에 치울게” “밥하기 싫으면 시켜 먹자”라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급기야 버럭 화를 내고 만다.

● 최 원장의 조언 / “비난·불평 대신 부탁을”

이들 부부의 대화는 ‘비난’과 ‘불평’으로 이뤄져 있다. 아내의 비난에 남편은 자존심을 다치게 되고, 결국 말다툼 등으로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남성들은 가사를 자기 일의 범주 밖에 있는 것으로 여긴다. 때문에 쉬고 있는 동안 집안일로 자신의 시간을 방해받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 보는 일, 장 본 것을 정리하는 법, 빈 봉투 정리하기 등 단계별로 일일이 별도의 부탁을 하도록 한다.

부부간 대화 이렇게 시작하라

“날 믿고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

“남편 혹은 아내와 이야기할 때 ‘한번도’ ‘도대체’ ‘절대로’란 말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 점검해보세요.”

HD가족클리닉의 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는 “문제가 있다고 느낀 부부들은 소위 대화라는 걸 시도하지만 주로 비난성 발언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경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악화되면 결국 대화를 단절하는 ‘담 쌓기’ 단계로 들어가며, 이혼 등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부부 불화는 사회적 성공 가능성을 낮추고 자녀들의 인격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 박사는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혼한 CEO는 업무 능력이 50%로 떨어지고 자신의 능력을 원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특히 “원만하지 못한 부부의 아이들은 자신 탓이란 죄책감을 느껴 무기력하게 되고 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사소한 일상사로 부닥치는 부부들이 시도할 수 있는 대화법을 소개했다. 우선 방해받지 않도록 전화·TV를 끄고 2분간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

이어 번갈아가며 ‘평생 반려자로 선택한 이유’ ‘당신한테 가장 바라는 것’ ‘관계를 힘들게 했던 나의 잘못’ ‘가장 고마운 점’에 대해 순서대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말을 경청만 하고 반박하거나 변명, 경멸을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마다 “날 믿고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마음에 새겨 둘게요”란 말을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한다.

서로의 얘기를 다 듣고 난 후엔 30초간 손을 잡거나 가벼운 포옹으로 마무리한다.

최 박사는 “이런 과정에서 두려움, 상처, 좌절 등 화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고 신뢰감과 친밀감을 회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녀 대화단절 사례

‘부부 갈등’으로 이혼을?

결혼 16년차인 남편 K씨와 아내 L씨는 3년 전부터 별거 중이고 최근엔 이혼 서류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K씨는 아내가 직장을 핑계로 시부모에게 소홀한 것 같아 보였고, 이 일로 결혼 초부터 하루 걸러 싸움을 했다. L씨는 가사와 육아를 전부 책임져야 하고, 시부모와 동서들이 자신을 죄인 취급해 자존심이 상했다. 부부싸움이 잦아지면서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 K씨는 몇 시간씩 바둑 두는 일이 유일한 취미가 됐다. 반면 L씨는 무심한 남편 때문에 ‘과부 같은 팔자’라는 생각이 들고, 바둑판을 보기만 해도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최 원장의 조언 / “서로의 얘길 경청하는 일부터”

화난 이유가 상대방이 아니어도 서로를 표적 삼아 분풀이하고 있다. 대화를 시도할 때 잘잘못을 따지며 인신공격을 하기보다 먼저 ‘당신을 선택한 이유’ ‘가장 바라는 점’ ‘가장 고마운 점’ 등에 대해 서로의 얘기를 경청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노력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회복하도록 하자.

자녀와 대화 이렇게 시작하라

부모와 소통 단절이 ‘왕따’ 만든다

/ 한영란 한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왕따 아이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먼저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을 아세요?”

한영란 한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왕따 아이 대부분이 부모와의 대화 단절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이에게 일방적인 명령을 하는 것과 대화를 하는 것을 착각하면 안 된다”는 한 소장은 “대화는 소통”임을 강조한다. 부모와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경험은 아이들의 표현력 부재 현상으로 이어진다. 의사표현을 해야 할 때 침묵하고, 별 것 아닌 일에 화를 내기 때문에 친구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

한 소장은 “우리 아이가 왜 저럴까 불만이 생기는 순간 자신을 돌아볼 것”을 조언한다. 불만의 시작은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사실 자녀의 행동보다 자신의 말을 무시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갑자기 대화를 시작하자고 사춘기 자녀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는 부모와 완전히 다른 생각과 대화법을 가진 인격체임을 인정하라”는 한 소장은 자녀의 침묵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너는 왜 얘기를 안 하니’가 아니라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자’가 바른 대화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왕이면 ‘밥상에서 얘기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어색한 분위기도 줄일 수 있고, 음식을 씹을 때는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녀의 말을 재촉하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라고 말한다. 이런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자녀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가족 간 대화가 잘 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소장은 “TV 없이 함께 모였을 때 긴장한다면 대화 부재를 겪는 가족이죠. 또 대화 후 편안함과 만족감이 없다면 대화를 나눈 게 아닙니다”라는 간단한 답변을 남겼다.

아버지들이여, 대화에 나서라

가족 내 대화 부재의 중심에는 아버지들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엄마들의 ‘가족 간 대화소통’을 위한 노력에 비해 아직 아빠들의 참여는 그리 많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아버지들의 모임 두란노아버지학교가 운영하는 ‘대화회복학교’ 참가자의 60%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 혼자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만 남성은 모두 ‘아내와 함께’여야만 참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들이 가부장적 가족문화 즉, 수직적 소통 문화에 익숙해 여성보다 대화 부재로 인한 고통에 덜 민감한 탓도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 지향적 대화에 익숙한 남성들의 대화법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성준 아버지학교 간사는 “남성들의 일반적인 대화법인 ‘그래서 어쩌라고’식의 대화가 아내와 자녀로부터 스스로 소외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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