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사용하는 휴대전화기는 그 흔한 카메라 기능도 없고 해상도도 한참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액정화면에는 금이 갔고 가끔 화면이 사라지기도 한다. 드디어 단말기를 교체할 때가 된 것 같아 고민 중이었는데 나처럼 특정 통신사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위해서만 단말기 보조금이 지급된다니 적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제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액수를 알아보니 아직까지 통화에 문제가 없고 아침마다 나를 잘 깨워주는 이 휴대전화기를 몇 십만 원씩 지불하고 교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단말기 보조금 지급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니 좀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월 말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일부 허용되었을 때 소비자들이 기대보다 낮은 수준의 보조금으로 인해 실망했다는 기사가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몇 주 지나지도 않아 보조금 지급 경쟁이 가열될까 우려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 보자. 두 명의 용의자가 공범으로 잡혀와 따로 심문을 받는다. 한 사람만 죄를 자백하고 다른 사람은 부인하는 경우 자백한 사람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그러나 모두 부인하면 별다른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로 풀려 나오게 된다. 물론 둘 다 자백하면 혼자 죄를 뒤집어 쓴 경우보다는 작지만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두 용의자에게 가장 좋은 경우는 둘 다 부인하는 경우다. 따라서 상대방이 부인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면 끝까지 부인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은 부인했으나 상대방이 자백한 경우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써야만 한다. 결국 고민을 하다 자백하는 것이 자신에게 최선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서로 부인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자백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 즉 더 나은 상황이 있음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한다.

그러나 만약 이 용의자들이 특정 조직에 속해 있어 자백하는 경우 조직으로부터 무조건 그에 따른 처절한 응징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두 용의자는 무조건 부인할 것이고 그 결과 무죄로 풀려날 것이다. 이 용의자들은 외부적 힘에 의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말기 보조금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유발한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보조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좋다. 그러나 경쟁 기업 중 하나라도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다면 자신도 보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사업자들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그 결과 소비자는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함으로써 사업자들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단말기 과소비와 통신사업자의 경영환경 악화, 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우려 등으로 도입되었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한시적 규제다. 얼마 전 보조금이 일부 허용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조금 규제는 존재한다.

그 결과 사업자들은 합법적으로 보조금 지급을 통한 경쟁을 자제하여 수익을 증대시키고 소비자들은 잠재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 당하고 있다. 과연 보조금 규제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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