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여성인재 ‘파이프라인’
근·현대 여성인재 ‘파이프라인’
  • 박경민 기자 pkmin@, 지원=한국과학문화재단
  • 승인 2006.04.21 11:28
  • 수정 2006-04-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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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식품·의류·가정학 분야

우리나라의 식품영양학·의류학 등 학문은 1929년 이화여대에 ‘가사과’가 설립됨과 함께 출발했다.

이후 이화여대는 65년 가사과를 가정대로 승격시켰고 가정학은 식품영양학, 의류환경학, 주거환경학, 아동·가족학과, 생활디자인학 등으로 학문 분야가 세분화됐다.

80여 년 전통의 가정학 출신자들은 학계뿐만 아니라 기업계, 정·관계로 활발히 진출하며 여성계 인재들을 배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최근 들어 가정대는 생활환경대, 생활과학대, 인간개발학과, 소비자학과 등으로 명칭이 바뀌거나 단과대가 해체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홍형옥 대한가정학회 회장은 “가정학은 여성교육에 기여해 왔으며, 생활문화·산업·교육·상담분야로 확대되면서 실용·실천·종합학문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금까지 연구·산업분야에 치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생활과학연구소, 건강가정지원센터와 같은 조직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5년 교육통계연감을 보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중 가정대, 생활과학대, 생활환경대 등 40여 곳의 단과대 졸업생은 8075명(여 6879명, 남 1196명)이었다. 이중 식품영양학과 졸업생은 4202명, 의류·의상학 1653명, 교양생활과학 1227명, 가정관리학 99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통계로 파악할 수 있는 분야는 영양사로, 대한영양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월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영양사 면허 소지자는 10만2466명이다. 통계로 잡힌 1만8980명의 영양사 중 산업체(5933명), 학교(7930명), 병원(1614명), 사회복지시설(619명), 영유아보육시설(503명) 등 집단 급식소에 재직하는 인원이 1만6599명으로 조사됐다. 또 비집단 급식소인 건강상담직(500명), 교육·연구직(257명), 식품제조가공업소(500명), 위탁급식영업소(687명), 보건소(118명), 행정직 공무원(319명)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2381명이었다.

가정학 분야의 선구자로는 60년대 초반 미국 텍사스여대에서 박사 학위(영양학)를 취득하고 대한가정학회·한국영양학회·대한YWCA연합회 회장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김숙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꼽을 수 있다. ‘영양의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또 세계영양학회 부회장, 아시아영양학회 회장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으며, 활발한 사회활동 이외 김 교수가 2000년 이후 농림부 등의 정책과제로 수행한 연구만 10건(연구비 약 9억원)에 달한다.

식품영양학 전공자들이 가정학 분야의 중심 축을 이루는 가운데, 이 분야의 주요 단체로는 대한가정학회(회원 수 2056명), 한국가정관리학회(450명), 한국영양학회(730명), 대한영양사협회(1만명), 한국조리과학회(503명), 한국의류학회(790명) 등이며, 홍형옥 경희대 주거환경 전공 교수, 김외숙 한국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 이상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곽동경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황인경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박재옥 한양대 의류학과 교수가 각각 단체를 이끌고 있다.

학계에선 산업자원부의 바이오푸드네트워크사업단 단장으로서 눈꽃동충하초·키토산 등 건강기능식품 개발과 기업화에 주력해 온 김미경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국인의 식생활과 질병에 대한 논문 150여 편을 국내외에 발표해 오며 올해 초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한국 이공계 리더 20인’으로 선정된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있다. 또 이양자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항산화 영양’의 권위자로 이 분야 BK21사업 연구책임을 맡고 있으며, 2004년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스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기도 했다.

2004년 아시아 최초 세계가정학회 회장에 오른 이일하 중앙대 가정교육과 교수, 국내 의류학계의 거두 조규화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교수, 건강정보프로그램 KBS 2TV ‘비타민’에 출연 중인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도 손꼽히는 인물이다.

경제계 주요 인물로는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이상 이화여대 가정학), 정명금(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진수 테리(숙명여대 대학원 의류학) 재미교포 경영컨설턴트가 있다.

이 분야 전공자들은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승신(전 건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 박미석(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전공 교수) 서울복지재단 대표, 이옥(덕성여대 아동가족학 전공 교수) 육아정책개발센터 소장, 이승미(우석대 실버복지학과 교수)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 등이 대표 주자이다.

100년 전통 가정학의 도전
생활환경·과학대로 명칭 변경 이어 해체 기로에
100년 전통의 ‘가정학’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학계에선 가정학이 가정 내 생활문화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의식주 분야, 가정의 사회적 기능 연구로 확대한 종합학문으로서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한편으론 삶의 질 문제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정학은 80년대 이후 생활과학대, 생활환경대로 명칭을 변경해오다 급기야 이화여대에서 생활환경대를 2007학년도부터 해체할 위기의 국면을 맞고 있다.

가정대는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가정과를 확장 발전시켜 식품영양학, 의류학, 아동가족학, 소비자학, 주거학 등 대략 5개 정도의 전공을 포함하며 학문의 깊이와 폭을 발전시켜왔다. 학문이 세분화되면서 가정대는 명칭을 바꾸며 변모하게 된다. 60년대 연세대가 생활과학대로 이름을 바꾼 후 서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도 생활과학대나 생활환경대로 간판을 바꿨다.

백희영 서울대 교수는 “현대인의 생활이 점점 복잡해지고 삶의 질이 중시됨에 따라 가정학 분야의 연구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며 “관련 학문들이 가정대 안에 통합됨으로써 학문 간 컨소시엄을 이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형옥 경희대 교수는 또 “가정대의 명칭 변경은 남학생을 유인해 여학생만의 학문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며 “실제로 명칭 변경 후 남학생 비율이 20% 정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가정의 형태가 됐든 생활의 기반을 이루는 가정의 가치는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연구·교육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가정학의 위상에 대해 널리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환경대 폐지와 관련, 이화여대의 한 관계자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별 이견이 없으며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활환경대의 각 학과들은 그 내용과 목적에 따라 다른 단과대로 편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류직물학은 예술대(2007년 신설)로, 소비자인간발달학은 사회대로, 식품영양학 중 식품학은 공대로, 영양학은 건강과학대(2007년 신설)로 편입된다.

가정학은 1902년 미국 최초 여성 화학자이며, 식품영양학자인 엘렌 리처즈에 의해 주창됐으며, 1909년 미국 대학에서 ‘홈 이코노믹스(home economics)’란 이름의 정식 학문으로 개설됐다.


여성과학자 칼럼

폭넓은 만남과 소통(疏通)

지난 토요일 조금 쌀쌀한 듯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부산과학축전을 참관하기 위해 부산행 KTX 열차를 탔다. 커피 한 잔을 사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되지 않는 여행을 하는 기분이 괜찮았다. 부산역에서 해운대에 있는 과학축전장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과학축전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사진도 찍고 북적대는 아이들 틈새로 행사 진행을 지켜보고 참고할 만한 자료도 챙겼다. 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으로서 대구과학축전에 참고할 행사 내용도 보고, 또 축전 운영위원 중 한 명으로서 안목도 넓히기 위해서였다. 그 행사를 참관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나 우리 여성 과학자의 활동에 대해 돌아볼 작은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어 보람있었다.

필자는 대학 문을 나선 후 석사과정, 미국에서의 박사과정과 연구원 생활, 한국에 돌아와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 연구실과 실험실, 가정, 학회 활동 그리고 대학의 작은 보직 외에 거의 다른 경험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고 이러한 상황은 여느 여성 과학자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다 2001년 대학의 기획처장직 제의를 받게 됐다. 하겠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지만, 행정 업무도 새로운 과제를 탐색하고 내용을 연구하듯 하면 될 것 같아 직을 수행하기로 결심했다. 열심히 하려 노력했고, 또 여성 특유의 치밀함과 원칙에 임하는 태도 등은 행정 업무 수행에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필자는 업무 수행에서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성에 비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가 너무나 빈약한 데 놀랐고, 또 그것이 기획처의 업무 수행에 있어 약점으로 작용했다. 우리 여성들은 자신과 가까운 관계의 만남과 소통은 매우 잘하지만, 관계를 만들면서 만나고 소통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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