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경계 허물기’를 화두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오세훈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강 후보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오 후보는 40대 법조인 출신에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강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을 주도했고, 오 후보는 ‘오세훈 선거법’이라고 불리는 정치개혁 법안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개혁 이미지도 공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랜 기간 경선을 준비했던 기존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함과 개혁 이미지로 연예인 못지않은 폭넓은 대중적 인기까지 고루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두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해서 서울시장 최종 후보로 선정될 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경우 민심과 당심이 엇박자를 이루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오 후보가 당내 경선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한편 강 후보는 당내 경선보다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고민하는 흔적이 뚜렷하다. 비록 가상 대결구도에서 강 후보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후보들을 앞서고 있지만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한나라당에 비해 워낙 열세이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 후보는 보라색을 상징 색으로 선택했고,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한 오 후보는 녹색을 대표 색으로 채택했다. 강·오 후보가 주도하는 보라색과 녹색 바람은 정책과 실행 프로그램보다 감성에 의존하는 이미지 선거만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콘텐츠가 없는 선거 흥행몰이는 결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없다. 두 후보는 여름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가 소리 없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불꽃놀이형 선거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선거가 끝나더라도 모든 국민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깊이 남을 수 있는 수준 높은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모두가 패배하는 선거가 아니라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승리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패배도 좋다”는 ‘강금실 정신’과도 상통한다. 이를 위해 두 후보는 지방자치 선거라는 취지에 맞는 정책 대결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조속히 자신의 선거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선보여야 한다. 이때만이 두 후보 모두 대중적 지지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영입됐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다.

더불어 지방선거가 대선을 방불케 하는 중앙당의 전면적인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근 한 국제적 컨설팅 업체는 정치, 경제환경, 의료보건, 교육, 공공 서비스, 레크리에이션, 소비재, 주택, 자연환경 등을 기준으로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했다. 서울시는 세계 214개 도시 가운데 89위로 평가받았다. 5·31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유능한 시장을 선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시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는 유능한 시장을 선출하는 것은 유권자가 감성과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을 보고 투표할 때만이 가능하다.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은 타운십(township)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자유를 시민의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유를 어떻게 누리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후보들의 이미지에만 현혹되어 ‘묻지마 투표’만을 향유하는 유권자의 비뚤어진 자유는 썩고 껍데기만 앙상한 풀뿌리 민주주의만을 양산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감성 투표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지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이럴 때만이 21세기 지식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지방자치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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