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에 여성의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인 육아 지원 정책을 펴는 한편 역할모델 제시, 다양한 과학문화 프로그램을 전개해야 한다.”
한국과 영국의 대표적 여성 과학자들이 3월 30일 ‘제1회 한·영 여성 과학자 포럼’ 사전 행사로 여성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능력 발휘를 위한 정책을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이은경 여성신문 편집국장, 길 새뮤얼스 여성과학기술인협회 부회장, 아넷 윌리엄스 영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센터장, 조셀린 벨 버넬 옥스퍼드대 교수, 크리스틴 데이비스 글래스고대 교수, 테레사 리스 카디프대 총장보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이은정 경향신문 과학전문기자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나도선 이사장은 좌담회를 시작하면서 인사말을 통해 “최근 한국 여성 과학기술계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여성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여성과학기술 인력 비율이 12%에 불과하며 리더십과 정책 결정직의 여성 진출이 부족하다”고 한국의 여성과학기술계 상황을 설명했다.
리스 총장보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들만의 책임은 아니다”며 “핀란드는 남성들에게도 6개월의 육아휴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의 경우 육아휴직을 낸 남성들이 애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육아휴직 후 오히려 승진이 더 빨랐다”며 “일과 육아 등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수행 능력(multi-tasking)이 키워졌기 때문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새뮤얼스 부회장은 “영국의 기업체들은 육아지원 프로그램으로 탁아소 운영,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파트타임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고용 우수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준다면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 총장보는 “채용, 임금, 교육, 훈련 등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률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며 “공공기관은 채용, 인력 승진에 대한 성별 통계를 보고해야 하고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기관은 소송 등의 법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경 편집국장은 “황우석 박사 파문에서와 같이 과학기술이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 과학자가 아닌 여성들도 과학을 알아야 살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면서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을 이해시키기 위한 과학 대중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윌리엄스 센터장은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진 않지만 많은 여성이 드라마 속 여성 과학자들을 역할모델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원센터에선 작가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넬 교수는 “최근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크리스마스 과학강연’과 같은 강연에 유능한 과학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일부 연구 프로젝트는 커뮤니케이터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할당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성 과학인력 육성 측면에 대해 데이비스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 여학생들의 중도 탈락을 우려하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의 인식 전환과 여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숙 회장은 “교육에 있어 남녀 학생 사이엔 차이가 존재하며 WISE 프로그램과 같이 여학생 친화적인 과학 교육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